[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관련 집단 소송이 제기될 움직임까지 보인다. 항공사가 그동안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를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되면서, 소멸 마일리지 반환 소송을 넘어 최근 제도 개편안 내용을 두고 집단 소송까지 제기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앞서 지난해 2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소멸 마일리지 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지난해 1월 1일자로 가지고 있던 마일리지가 소멸된 소비자 7명이다. 지난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가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되도록 관련 약관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소송 1심 2차 변론이 지난해 12월 20일 진행됐다. 당시 대한항공 측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은 마일리지가 소멸된 소비자들에게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있었다는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태림 변호인단이 지난해 12월 13일 대한항공이 내놓은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에 대해 "대부분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하고 공정위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소송도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림 측은 지난해 12월15일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 가운데 마일리지 공제율 인상 부분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같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난사람들'의 대한항공 마일리지 관련 게시글에는 현재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한 상태다.
김동우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화난사람들'을 통해 위임장을 제출해주신 분들의 위임을 받아 진행할 것"이라며 "신청 기간은 보름 정도로 잡고 있어 아직 참여 인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항공이 발표한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은 ▲마일리지 복합결제 시범 운영 도입 ▲마일리지 적립률·공제량 세분화 ▲우수회원 제도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복합결제는 보너스 항공권(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항공권 명칭)을 현금과 마일리지로 합산해 결제하는 방식인데, 마일리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항공권을 100% 마일리지로 결제하기 어려워 소비자단체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500마일부터 운임 20% 이내, 공제 마일리지 규모를 시즌·수요·노선·예약상황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이 나온다. 대한항공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해 원화로 구매해야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적립률의 경우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대폭 높이고, 일반석은 항공권 운임 수준에 맞춰 기준을 변경해 등급에 따른 차등 폭이 커졌다.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됐는데, 이 때문에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보다 큰 폭으로 마일리지 공제가 인상됐다.
우수회원 제도는 전년도 탑승 실적을 연 단위로 계산해 1년 간 우수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일정한 실적을 채우면 평생 우수회원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 매년 실적을 평가받게 된 것이다. 물론 기존 평생 우수회원에게는 손해가 없도록 했지만, 이 때문에 평생 우수회원이 되기 위해 그동안 실적을 채우던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말 공정위는 대한항공 측에 마일리지 개편안 일부를 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가 마일리지 적립이나 사용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 관련 내용을 담은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공 마일리지 적립·사용기준을 정하고 항공운송사업자는 이를 준수, 연 단위로 발간하는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현황을 공지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소비자주권 측도 "마일리지는 채권적 성격의 재산권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재산이기 때문에 보유량과 그 가치에 대해 소비자가 알 권리가 있다"며 "마일리지 가액을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마일리지 액수와 마일리지 소멸 액수 등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항공사 측은 영업비밀이며 재판과 무관해 제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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