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영난을 못이긴 지역소주 업체들이 새해 연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출고가가 인상될 때마다 주점이나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만큼, 이번 일로 '서민 술'이었던 소주 가격은 업소에서 5천 원대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최근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오는 13일부터 '딱좋은데이', '화이트', '좋은데이 1929' 등 주력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7% 올릴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무학이 소주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2015년 12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이번 일로 '딱좋은데이' 출고가는 1병(360ml) 기준 1천6.9원에서 1천71.8원으로 6.4% 인상되며, '화이트' 출고가도 1천29.1원에서 1천71.8원으로 4.1% 오른다. '딱좋은데이', '화이트', '좋은데이1929' 등 병 제품은 1병당 1천71.8원으로, 페트병은 200ml 한 병 기준 1천27.19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됐다. '좋은데이 깔라만시'도 기존 병당 1천6.9원에서 1천71.8원으로 6.4% 인상됐다.
이시훈 무학 홍보팀장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심사숙고해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시기나 인상폭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학 영업팀은 이달부터 도매상들에게 가격 인상과 관련된 안내문을 미리 배포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가격 인상 정보를 미리 흘려 도매상들이 현 출고가로 제품을 사재기 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학이 과일 리큐르를 앞세워 수도권 공략에 적극 나섰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전국구 소주 업체에 밀려 실패하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며 "지난해 전국구 소주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행했을 때는 소주 가격 동결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전략 실패로 고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무학은 '좋은데이'를 앞세워 지난 2014년 서울·수도권에 진출했지만 '참이슬', '처음처럼' 등 전국구 브랜드에 밀려 참패를 당했다. 이에 무학 매출은 2017년 2천505억 원에서 2018년 1천937억 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018년 100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에는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 소주업체 대선주조 역시 최근 가격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가격 인상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첨가제 등 제조원가 상승과 술 판매량 감소 등 여파로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의 병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하지만 인건비나 원재료 가격 등은 꾸준히 올라 지역 중소 주류업체들은 대부분 적자 상태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에서 '이젠 우리'를 판매하는 맥키스컴퍼니도 이달 2일부터 출고가를 6.4% 올렸다. 360㎖ 병은 1천16원에서 1천81원으로, 640㎖ 페트 제품은 1천905원에서 2천27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지역 소주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격 동결 전략이 실패하며 경영난에 빠진 영향이 컸다"며 "지난해 주류 시장을 휩쓴 맥주 '테라'와 함께 소맥(소주+맥주)용으로 '진로이즈백'과 '참이슬'이 함께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구 소주업체들이 지난해 파상공세에 나서면서 기존 지역 점유율까지 뺏긴 상황"이라며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 확산 등의 영향으로 소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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