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장유미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관·경제계 인사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고 있다. 특히 신 명예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명예 장례위원장까지 맡아 주목받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19일 서울 아산병원을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일본 출장 중이었던 신 회장은 이날 신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으며,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봤다. 신 회장은 빈소에 방문하는 내내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은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멀어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8년 10월 신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후 1년 3개월여 만에 신 명예회장 병실에서 만났다. 두 형제는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했다.
특히 신 명예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 것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2018년 자신의 숙원사업의 결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잠시 옮겨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으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공동 복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1년 5개월 만에 다시 거쳐를 옮겼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에 머물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 거처를 옮긴 후 적응을 잘하지 못하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지난해 7월 영양공급을 위한 케모포트(중심정맥관) 시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같은 해 11월 같은 증상으로 한 차례 더 입원했다 퇴원했다. 이후 퇴원 8일만인 지난해 12월 18일 재입원했으나, 한 달여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은 아버지의 건강 소식을 듣고 전날부터 병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는 지난주부터 신 명예회장 곁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가 빈소를 찾을 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이날 빈소에는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이 서둘러 빈소를 찾았다. 박준 농심 부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이 공식 조문 전임에도 빈소를 다녀갔으며, 공식 조문이 시작된 저녁 7시 후부터 전 롯데그룹 사장이었던 소진세 교촌 F&B 대표 등 재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4일간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롯데지주 황각규·송용덕 대표가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 전 국무총리와 반 전 사무총장은 이전부터 롯데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던 분들"이라며 "특히 반 전 사무총장은 예전에 롯데장학재단 고문을 했던 노신형 전 국무총리를 굉장히 좋아하고 따랐던 인연으로 신동빈 회장과도 친분을 갖게 돼 이번에 함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유족들은 신 명예회장이 평소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라는 사자성어인 '거화취실'을 중시하며 '실리 경영'을 해 왔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례는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고자 그룹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평소 거화취실을 실천해 오신 고인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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