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마무리 수순을 밟자, 금융권 새로운 화두로 '키코'가 급부상하고 있다. 배임 우려 때문에 그간 쉬쉬해왔던 분위기를 깨고 우리은행이 배상 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은행들도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선 배상은 결국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검사 권한을 쥐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은행으로선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분쟁조정 수락기한 3일 앞두고 고심 빠진 은행들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해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비율의 최저치는 15%며, 평균치는 23%다.
분쟁조정이 마무리된 후엔 나머지 기업 147개에 대한 자율조정이 이뤄진다. 업계와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측에 따르면 배상 규모는 2천여억원으로 추정된다. 배상 규모가 큰 만큼, 지난해 금감원은 11개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키코 은행 협의체'를 만들어 나머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율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금감원이 정한 분쟁조정안 수락 기한인 7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배상 규모는 42억원으로, 대상 기업은 재영솔루택과 일성하이스코다. 다만 분조위 이후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은행들도 키코 분조위 수락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최근 이사회 등에서 이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두 은행의 배상 규모는 각각 150억원, 18억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달 '은행 협의체'엔 참여하겠다고 밝혔었다.
두 은행은 금감원에 조정 수락 기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거나 검토 중이다. 금감원도 은행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장을 요청할 경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은 연장 요청이 들어온 건 아니라, 몇 개 은행들이 연장을 요청해오면 사유가 타당할 경우 수락할 것이다"라며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건 배상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히는 만큼, 금감원도 연장해줄 용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즉시연금 사태 때 삼성생명은 두 번 가량 분쟁조정 기한 연장을 요청해 금감원이 수락한 바 있다.
그밖에 씨티은행, KDB산업은행, DGB대구은행도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라 연장을 요청할 은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금융권 "키코 배상은 시간문제"
은행들이 이처럼 배상을 망설이는 이유는 '배임 가능성' 때문이다. 분조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이라 배상을 하게 되면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배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감원이 쥔 권한이 금융회사의 그 해 방향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만큼, 배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현재 금감원은 '라임 사태' 관련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LF, 키코에 이어 현재 금감원은 라임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라며 "평소에도 금융사들은 상품을 만들 때마다 금감원에 심의를 올려야 해 눈치를 봐왔는데, 지금은 더욱 금감원 쪽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수합병의 최종 관문이기도 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금감원이 도맡아 진행한다. 올해 초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자수익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겠다고 새해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배상에 적극적인 입장이라, 은행들도 사안을 질질 끌 수가 없을 것이다"라며 "조만간 대부분의 은행들이 배상에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키코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은 이미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은행 측만 수락하면 조정은 즉시 성립될 예정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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