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확산 사태가 장기화될 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숨통이 틔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이 일제히 멈춰서면서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일부나마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LCD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마당에 회복세에 더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일각의 기대다.
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제조업을 비롯한 중국 내 대부분 사업장은 가동이 중단됐다. 물류·운송, 건설, 도소매, 서비스 등 중국 31개 성 모든 사업장은 중국 정부의 춘절 연휴 연장으로 이날까지 휴무 상태다.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 대응 차원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국이다. 아직 경쟁력이 취약한 OLED를 제외하면 LCD에선 세계 패널 생산의 40%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차지한다. 세계 1위 LCD 패널업체 BOE를 비롯 CSOT, 비전옥스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생산공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줄줄이 휴업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 및 후베이성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장 상당 수가 위치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경우 패널 공장은 최소 인력으로 가동률을 줄인 채 가동 중이다. TV, 모바일 등 모듈 공장은 이날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LCD 패널 시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공격적인 설비투자 이후 공급과잉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패널 가격도 크게 떨어졌는데 55인치 UHD TV 패널의 경우 2018년 12월 개당 147달러에서 지난해 10월까지 100달러로 지난해만 32% 떨어졌다.
43인치 FHD TV 패널도 마찬가지다. 2018년 12월 85달러에서 지난해 10월 67달러로 21% 하락했다. 대신 패널 가격은 이후 고정된 흐름을 나타내다 지난해 연말부터 근소하게나마 반등했다. 55인치 UHD 패널은 올해 1월 102달러, 43인치 FHD 패널은 68달러다.
LCD 패널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받은 업체가 국내에선 LG디스플레이다. OLED 패널 생산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출 70% 이상이 LCD에서 발생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모바일 OLED가 매출의 대부분이다. 전체 매출 대비 LCD 패널 비중은 20% 미만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1조4천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OLED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LCD 업황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내 생산 중단이 길어질 경우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 가뜩이나 떨어진 패널 판매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올해 들어 가격 회복세가 나타나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도쿄 올림픽, 유로 2020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TV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로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TV업체에 대한 디스플레이 공급이 늦춰져 패널 가격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내주부터 연장된 춘절 연휴가 끝나는 대로 중국 내 사업장들은 재가동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 정부가 연휴 연장, 지역 폐쇄 등 추가적인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디스플레이 주요 사업장들이 재가동되더라도 정상화까진 상당한 난관이 따를 전망이다.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기세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 외 부품, 소재 등 연관 산업 사업장들의 조업 사정이 원활치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 포장을 위한 스티로폼, 박스 등 포장재 수급은 물론 TV, 모바일 등 세트(완제품) 업체들도 지역마다 다른 감염병 사정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패널 가격 상승 가능성만으론 업황 회복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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