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대학교 방학 기간이라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백화점까지 문을 닫으니 손님이 더 없네요. 오늘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평소의 절반도 안 왔습니다.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음식점에서 만난 점주 A 씨(45·남)는 백화점 휴점이 매출에 영향을 끼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게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이 유통업계 대형 점포의 연쇄 휴업으로 이어지면서 인근 상권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와 학계는 단발적 휴점은 방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부 차원에서의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백화점 업계는 이날 하루 동안 임시 휴업을 단행하고 점포 방역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30여 개 점포, 신세계백화점은 모든 점포, 현대백화점도 전국 13개 매장을 휴점했다.
실제 이날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골목은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자아냈다. 길 건너편의 '그랜드플라자'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어서, 점심 시간대의 식당가임에도 자리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명동 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일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밝혀져 이달 7일부터 3일 동안 임시 휴점을 단행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영업을 재개했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또 면세점을 제외하고 임시 휴점에 들어간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 남대문시장 역시 평소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잡화점을 이용하고 있는 B 씨(67·여)는 "이것저것 사가려는 중국인 고객이 많았는데, 신종코로나가 발생한 후 발걸음이 완전히 끊겼다"며 "백화점에 들렀다가 이 곳을 둘러보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백화점이 쉬어서 그런가 오늘은 사람이 더 없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질 때마다 휴업 및 방역을 단행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또 방역을 완료한다 하더라도 확진자의 동선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아 상황 파악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공포심만 자극하게 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본점이 휴업한 상태에서 영업을 지속했음에도 본점의 매출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쉰다고 해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이 크게 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며 "지난 주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휴업이 대형 점포 위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인근에 위치한 지역 상권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 대형 점포는 보통 한 상권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대형 점포의 휴업은 인근 상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신종코로나 확산을 하루빨리 막지 못하면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연쇄 휴업'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낙인 효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이 소모된다는 입장이다. 또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당국은 물론 전 사회적인 협력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으며, 정부 주도의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수립돼야 보다 효율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학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가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휴업하는 것도 아니고,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짧게 휴업 및 재개업을 반복하는 것은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적극 협력해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원칙을 세워 일관된 움직임 속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으로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경우 정부에서 별도의 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정부 손실보상 위원회도 자발적 휴업에는 별도의 손실 보상을 하지 않았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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