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연임에 성공한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기분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나홀로 점수가 올랐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대다수 은행계 카드사들이 2018년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KB국민카드만 유일하게 선방했다.
한편 실적을 선방한 카드사들의 공통점이 신용판매가 아닌 부수업무를 활발히 해왔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계 카드사(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조392억원으로 전년보다 4.1% 줄었다.
4개사 중엔 KB국민카드가 단연 돋보인다. KB국민카드는 지난 해 3천165억원의 당기 순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10.4% 증가한 수치다. 국민카드는 할부금융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꾸준한 비용 효율성 강화 노력 등을 실적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자동차 할부 금융이 특히 효자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6% 증가했다. 여기에 중금리 대출 강화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KB국민카드의 2019년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20억 증가한 1조2천303억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의 지난 해 당기순이익은 5천8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0% 줄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2018년도에 비해 530억원 줄어든데다 4분기에 희망퇴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실제 신한카드의 2019년 리스 영업 수익은 전년 대비 48.1% 증가했으며, 할부금융 수익 또한 22.5% 성장했다.
우리카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카드는 전년 동기보다 9.7% 감소한 1천14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보람이 있다면 '카드의 정석' 흥행 돌풍이다. 우리카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유효회원은 721만4천여명이다. 카드의정석이 출시된 시기인 지난 해 2분기 664만2천명과 비교하면 훌쩍 늘었다.
업계에선 지난 한해를 '가맹점 수수료에서 본 손해를 신용카드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메꿔낸 해'라고 평가한다. 주된 수익인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들자, 비용감축은 물론 자동차 할부금융·해외 진출 등으로 상쇄했다는 것이다. 신용판매라는 카드업의 태생적인 역할에 대한 위기론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그간 우려와 다르게 업계 실적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을 보고 '엄살' 또는 '선방'이라고 평가하지만, 그 내면을 봐야한다"라며 "실적이 늘어난 카드사들도 신용판매라는 카드사 본업에선 적자를 보고, 다른 부수업무를 통해 만회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전년 동기보다 47.2% 감소한 5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카드의 경우 현재 중금리 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금융 사업을 하고 있지 않으며,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도 약 30% 수준으로 타사보다 10%포인트 가량 높다. 어떻게 보면 신용카드업에만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하나카드의 실적 감소엔 크로스마일 소송 패소에 따른 적립액, 특별퇴직금 등 19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된 탓도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비중이 높다 보니, 인하 여파가 컸다"라며 "올해부터는 중금리 대출과 자동차 할부 금융을 시작할 것이며, 핀테크 업체 토스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도 앞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난해 3월부터 적용된 탓에, 지난해 1월과 2월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금융산업전망'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올 한해 결제부문에서 볼 적자는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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