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경영을 실패로 이끌었다며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과 비교했다. 이에 한진그룹 측도 해외 주요 항공사들과의 비교를 통해 경영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지만, 양측 모두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한 항공사들만 취사선택해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의 경영실패를 주장하면서 근거로 대한항공의 압도적 부채비율 861.9%를 제시했다. KCGI 측은 이를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개 년 평균 부채비율과 비교해 증명했다.
KCGI가 부채비율을 비교한 항공사들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366% ▲미국 델타항공 329% ▲중국 중국동방항공 295% ▲한국 아시아나항공 264% ▲중국 중국남방항공 243% ▲UAE 에미레이트항공 243% ▲영국 브리티시항공 225% ▲중국 에어차이나 161% ▲일본 ANA항공 152% ▲싱가포르 싱가포르항공 107%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92% ▲일본 일본항공 76% ▲카타르 카타르항공 62% 순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항공사들과 대한항공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 산업의 역사적 주기 측면에서 다른데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국적 항공사들의 난립으로 과잉 경쟁이 일어나면서 파산과 인수합병(M&A) 등의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됐고, 현재 체질이 개선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유에스항공이 합병하면서 거대 항공사들이 등장했다. 유럽에서도 2003년 프랑스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 2008년 독일 루프트한자와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항공, 2009년 영국 브뤼셀항공과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 등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중국의 경우 국영항공사라는 이유로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같은 경우 항공사들이 중앙정부로부터 통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며 "100% 민영 기업이 없고 국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 시스템 안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 기업의 재무적인 지표를 믿기는 힘들다"며 "중국을 레퍼런스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위기에 처한 국내 항공사들은 구조조정 전 과정에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있는 것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 매각설과 대한항공이 타 항공사 인수합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KCGI가 제시한 부채비율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264%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후 2조1천8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제대로 계산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909.2%라고 정정한다.
물론 대한항공 861.9%, 아시아나항공 909.2%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부채비율이 꽤 높은 수치이긴 하다. 여기에는 환율 영향이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자체적으로 텍사스 원유라든지 석유 등 공급되는 것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수입원이 대부분 해외다보니 환율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아 부채비율에 영향을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측도 비교 대상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진그룹 측은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개 년 평균 영업이익률을 제시했다.
한진그룹이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항공사들은 ▲대한항공은 8%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7% ▲싱가포르 싱가포르항공 5% ▲프랑스 에어프랑스 5%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2% ▲아시아나항공 2% 등이다.
이 또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유럽 항공사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모두 구조조정이 일어났지만, 유럽 쪽이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며 "유럽은 지금도 인수합병 등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KCGI 측이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언급하면서 비교한 대상도 다르다. KCGI 측은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개 년 평균 당기순이익률을 비교했는데, 그 대상은 ▲일본 일본항공 11.9% ▲미국 델타항공 9.1%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6.1% ▲중국 중국국제항공 5.8% ▲일본 ANA홀딩스 5.8%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5.6% ▲대한항공 0.1% 등이다.
황용식 교수는 "양 측 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만 끌어온 것 같은데 대한항공처럼 국제선 중심이면서 풀서비스캐리어(FSC)인 각 나라를 대표하는 메가캐리어(megacarrier)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미국 델타항공, 유럽 KLM·루프트한자항공, 일본 일본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등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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