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확산 중인 '코로나19'로 인해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하는가하면 전자투표제를 적극 활용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가 주주총회 시기를 연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당장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상장사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특정다수의 주주들이 대거 본사 주총장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방역 대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305개사가 3월 24일 주총을 연다. 3월 25일에는 133개사, 3월 23일과 27일에도 각각 100개 이상의 회사가 주총을 연다. 이른바 '슈퍼주총데이'에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음달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장소를 기존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기 수원컨벤션센터로 변경했다.
주총장을 바꾼 대외적 이유는 '주주 편의' 때문이지만, 사내에 소액 주주 수천명이 몰리면 코로나 방역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열렸던 지난해 주총에는 소액 주주 1천여 명이 서초 사옥에 한꺼번에 몰려 큰 혼란을 빚은 바 있다. 올해 주총 장소인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은 수용 인원이 2천명이 넘는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재계에선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일단 코로나19 여파로 주총장에 소집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주총 당일 열 감지기를 통해 미열이 있을 경우 주총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주주의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 손 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등을 비치하는 등 위생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 정부가 주총 개최 시기를 연기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인원이 한 곳에 모이는 만큼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차단할 비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소액 주주들의 한 표가 절실한 회사들에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주총장을 찾아달라고 적극 독려하기도 부담스럽다는 것.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감사나 감사위원을 뽑으려면 발행 주식 25%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른바 '3%룰'로 인해 감사 선임 안건은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추가로 22%를 확보하지 못하면 감사를 새로 선임할 수 없다.
전자투표 활성화도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아도 모바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전 계열사가 올해부터 새롭게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전체 상장사 2천354곳의 63.1%인 1천486곳이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사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입구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좌석 간 거리를 넓히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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