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업황이 좋지 않았던 항공업계를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 이에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인 HDC그룹과 애경그룹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업무 파악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임원들과 진행하던 면담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부실 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았는데, 현재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워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어서다.
애초 9조 원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정 회장은 보유현금, 유상증자, 공모회사채, 기타 자금 등 약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출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3천6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950%나 적자가 확대된 수치다. 당기순손실 또한 지난해 6천726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규모가 598%나 확대됐다.
특히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주요 노선 운항 감축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20% 가량으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데, 이 때문에 올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임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무급휴직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유휴인력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할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애경그룹의 자회사 제주항공도 고민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SPA 체결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 진행 일정과 SPA 체결을 올 1월 중으로 변경했다. 이어 또 올해 2월 중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인수 불발설에 대해서는 일축하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협상도 이달 중순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MOU를 체결하면서 이달 말까지만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에 SPA 체결 시한도 이달까지다.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각각 위기경영체제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34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기준 첫 적자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의 실적은 4월 공개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에 들어간다며 임원진 30% 이상의 임금을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작년부터 항공업계가 공급과잉과 한일관계 이슈로 위기를 겪고 올해 코로나19로 극도로 위축됐다"며 "항공산업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얘기했다.
지난 25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스타항공은 이달 당장 지급하기로 했던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했다. 역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다시 한 번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의 긴급 지원과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지원 등 여러 자구방안을 모색했지만 상황을 해소하기에 시간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4월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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