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게임문화박물관 수립을 위한 첫발을 뗐다.
게임문화박물관이 실제 건립될 경우 게임의 문화적 위상 제고와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관건은 방향성에 달려있다는 진단이다.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게임문화박물관 건립 기본방향 수립 연구'에 대한 연구 위탁용역 입찰을 실시한다. 연구 수행 기간은 계약 체결 후 10월 30일까지다.
이번 연구는 게임문화박물관의 기본 구축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성 등을 분석하기 위해 시행된다. 이를 통해 박물관 입지 여건과 건립 규모, 비용 등을 포함한 ▲건립 방향·기본운영계획 ▲사전여건 ▲게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및 운영방안 등이 연구된다
앞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올 초 제10대 한국게임학회 출범식에서 "게임 역사를 한데 모으기 위한 게임문화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에 이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문화' 인식 힘 실리나…업계·학계 "박물관 건립 환영"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게임을 주제로 조성한 전문 박물관이 없었던 만큼, 업계와 학계 등은 문체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물관이 실제 만들어지면 게임의 문화적 위상 제고와 인식 개선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게임은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즐길 정도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폐해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중독 물질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강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게임 업계가 '게임은 문화'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문화박물관 건립 등이 추진되면서 게임 인식 전환의 계기 등 마련에 업계와 학계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그동안 게임을 문화라 부르기만 했지,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게임 문화를 주제로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법상 정부가 게임문화박물관을 짓는다는 것은 게임을 문화 발전과 향유를 위해 보존 등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역사·고고(考古)·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정의돼 있다.
이 교수는 "게임이 문화라면 정부가 박물관 건립을 통해 한국형 게임 아카이브를 구축, 게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 등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 핀란드, 덴마크 등은 이미 플랫폼을 막론하고 출판되는 모든 게임을 아카이브에 등록, 통합전산망에 수록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 역시 "그동안 우리나라는 게임 종주국 지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역사와 데이터 등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기능이 사실상 전무했다"며 "지금도 무수한 게임들의 데이터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게임 아카이브 기능을 갖춘 박물관 건립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게임박물관이 있기는 하나, 한국 게임 역사 보존을 위해 공공이 직접 나선다는 것에 기대감이 있다"며 "과거 게임을 문화예술 범주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이 좌절돼 아쉬웠는데, 정부가 실제 박물관을 건립한다면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방향성…"첫발이 가장 중요" 한목소리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물관 건립에 수백원대의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건립까지 이어지려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
한 게임사 관계자는 "단순히 게임을 모아 전시하는 수준에 그치는 박물관은 의미가 없다"며 "제대로 된 게임 아카이브로 기능하는 박물관을 만들려면 개발인력과 기술, 자본, 저작권 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백억 원대 자금 투입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민간의 협조가 필수"라며 "한 두 해 만에 끝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첫 방향성을 제대로 수립해야 민간의 협조도 이끌어내고 실제 박물관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게임문화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은 좋지만, 결국 어떻게 방향성을 잡을지가 중요하다"며 "이번 첫 연구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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