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한국 정부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여행·면세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한국 정부가 여행경보 2단계 상향, 사증 면제 정지 조치 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행·면세업계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양국의 교류단절 조치로 인해 여행·면세업계의 줄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자정을 기해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했다. 또 이달 8일까지 한국에서 발급받은 비자의 효력도 함께 사라졌다. 앞서 지난 7일부터는 안동·경산·영천 등 경북 내 7개 시군을 추가, 대구·청도를 포함해 총 9개 지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인의 한국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7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수출 규제에 나선 이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작년부터 일본 여행 불매운동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여행업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그나마 늘어나고 있던 방한 일본인 마저 이번 일로 발길을 끊게 되면서 매출을 늘려나갈 구실이 더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최근에는 하늘길이 다 막혀 여행상품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악재만 거듭되다 보니 회복에 대한 의지도 상실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이콧 재팬'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줄었지만 일본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며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서 일본으로 자주 갔던 한국 여행객들도 완전 사라질 듯 해 사업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를 넘어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가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를 앞지른 것은 2014년 6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또 지난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32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300만 명이 넘는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방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들게 되면서 관광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여기에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도 급감할 것으로 보여 여행업계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700만 명대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지난해 '보이콧 재팬'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급감했다. 다만 불매운동 이전까지 여행객들이 몰렸던 데다 학업, 비즈니스 등 인적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던 영향 탓에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558만 명을 기록, 비교적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보이콧 재팬'으로 작년부터 일본으로 가는 한국 여행객들마저 없던 상황이라 문을 닫는 건 이제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로 한국, 일본 모두 인적 교류가 사라지게 돼 당분간 양국을 대상으로 한 여행객 모집은 어려울 듯 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양국 간 입국 제한 조치가 계속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한·일 양국 간 입국 제한 조치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 해외 여행길이 막힌 것이 더 큰 고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패키지 상품 수송객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102개 국으로 늘어나 걱정이 더 커졌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금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해 여행사들이 사업을 유지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객 감소로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면세점들도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이번 한·일 양국 간 입국 제한 조치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던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발길이 끊겨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 10% 후반대 비중이었던 내국인 수요마저 절반 이상 줄어 고민이 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일본 고객 매출 비중은 3%대 정도로, 큰 영향은 없다"며 "일본으로 나가는 한국 관광객도 불매운동 때부터 많이 줄어서 이번 일로 타격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인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가 늘어나면서 내국인 고객들의 출국도 절반 이상 줄었고, 해외 점포들도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인 고객들이 줄어 매출이 급감해 비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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