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대유행) 공포에 아시아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증시엔 악재였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4% 폭락하며 1년5개월래 최대 낙폭을 보였고 일본 증시와 중국 증시도 잇따라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9%(85.45포인트) 하락한 1954.7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이처럼 급락한 건 떨어진 건 지난 2018년 10월11일(-4.44%)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1조3천12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우며 관련 기록 집계가 가능한 지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 일일 순매도 기록을 썼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7%(1050.99포인트) 내린 1만9698.76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선이 무너졌고 이후에도 순매도 물량이 계속 출회되면서 지수는 회복되지 못했다. 닛케이225지수가 2만선을 하회한 건 지난해 1월4일(1만9561) 이후 약 1년2개월 만이다.
일본 토픽스(TOPIX)지수도 전일보다 5.61%(82.49포인트) 떨어진 1388.97에 장을 종료됐다. 이 역시 지난 2016년 11월11일(1378.28) 이후 약 40개월 만의 최저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공포에 전 거래일보다 3.01%(91.22포인트) 빠진 2943.29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도 지난 8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이 하락세를 부추겼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는 자국의 지난 1~2월 수출액이 2천92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이날 전일 대비 4.46%(1172.33포인트) 빠진 2만4980.16에 장을 마쳤다. 이 또한 지난 2018년 2월6일(-5.1%)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 외에도 대만 자취안지수가 3.04% 폭락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도 증시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이처럼 '패닉'에 빠진 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면서 팬데믹 공포가 엄습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OPEC과 러시아간 석유 생산 협상이 결렬되면서 유가마저 폭락하자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일(현지시간) 한 때 30% 넘게 하락해 배럴당 28.54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향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발 팬데믹 리스크와 유가 급락이 글로벌 경기의 침체 리스크를 높이고 있어 상반기 글로벌 경기 자체가 기술적으로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국가 내 신규 확진자 수 급증은 팬데믹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였단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현 KB증권 중국주식 스트래터지스트는 "코로나19의 중국 확진자 수 증가세가 최근 안정화 국면에 진입했지만 한국과 미국, 이란,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며 "그간 급등했던 IT업종은 특히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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