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실탄 확보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외부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정관을 변경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추진하면서다. 명예퇴직에 이어 일부휴업을 추진하는 등 각종 자구안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진행될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먼저 두산중공업은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4억주에서 20억주로 늘리기로 했다. 1주 액면가액은 기존과 동일한 5천원을 유지한다.
두산중공업이 이같이 수권자본 규모를 늘린 배경에는 잇단 증자로 발행주식수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주)두산 자회사 두산메카텍 지분 확보를 위한 2천38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5월에도 4천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주)두산이 1천415억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도 ▲2017년1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30만주의 보통주 전환 ▲2017년5월 발행한 BW의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1만1천주 신규발행 등 경영난 해소를 위한 증자가 이뤄졌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CB와 BW 발행한도를 모두 기존 5천억원에서 2조원으로 무려 4배 상향 조정했다. CB는 사채로 발행되지만, 일정기간 경과 뒤 소유자의 청구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의미한다.
이는 외부 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에도 비상이 걸렸다. 순영업활동흐름(NCF)은 지난해 3분기, 전기말 대비 1조8천791억원 감소한 8천895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을 할수록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8년 말(2조753억원) 대비 34.7% 감소한 1조3천539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차입금은 2016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5조1천122억원으로 증가, 부채비율은 172%에서 186%로 뛰었다. 이자비용만 1천385억원이다.
CB나 BW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이자율 등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재무구조도 개선된다. 하지만 발행주식수가 증가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전환증권 발행한도를 급격히 늘리는 방향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언제든 실탄 마련이 필요해질 수도 있는 만큼 정관상 발행한도 탓에 적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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