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의 해외 경영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대서양 항로가 중단되고 유럽이 멈춰서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최근 두 달 간 해외 출장이 전무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각국이 빗장을 내걸면서 국내 주요 산업들이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157곳으로 늘어났다.
외교부 조사결과, 이달 18일 기준 현재 한국으로부터의 여행객 입국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국가와 지역은 100곳이다.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151개국으로 집계됐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100개국(한국 일부 지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5개국 포함), 격리 조치 15개국, 검역강화 및 권고 사항 등 42개국이다.
문제는 주요 국가의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리더라도,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의 확산을 걱정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국내외 현장 경영이나 외국 주요 인사 면담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설 연휴를 이용해 중남미를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두 달째 국내에만 머물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지난달 말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착공식 행사를 취소했다. 이 부회장은 1년의 3분의 1가량을 해외에 체류할 정도로 글로벌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지만 현재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앞서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0' 방문과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혁신과 저변 확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행사가 마지막 공식 해외 일정이다. 현재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메일 등으로 보고를 받는다. 회사 전체적으로 회의 등을 줄이고 비대면 업무를 늘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달 참석할 예정이었던 중국 보아오포럼도 연기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발이 묶였다. 지난달 18일에는 LG전자 서초 R&D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인 제품들을 살펴봤지만, 이후에는 현장 일정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던 'LG 테크 콘퍼런스'도 올해는 취소했다. 아울러 5월 19∼20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도 코로나19 사태로 11월 25∼27일로 연기됐다.
다만 최근 이들 총수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는가 하면 임직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위기 확산 차단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가까스로 회복되던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로 공장 가동 중단과 휴직 실시 등으로 사내 임직원들의 동요 조짐까지 보이자, 총수들이 발빠르게 조직 추스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단일 국가로 보는 유럽 국가의 국경 폐쇄로 산업 현장이 셧다운되면 수출과 내수에 치명적"이라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흔들리면 성장률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 기업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위기 극복과 신사업 개척 돌파구 마련에는 총수들의 현장 경영이 가장 큰 힘이 되는데 코로나19에 꼼짝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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