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문책경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연임에 제약이 되는 법률적 리스크가 모두 해소됐다.
이제 손 회장에게 남은 관문은 주주총회뿐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 공언했지만, 과점주주를 비롯해 예금보험공사·우리사주조합이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선 사실상 연임이 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은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손 회장은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에 문책경고 집행정지 신청서를 낸 이후, 이날까지 소송 대리인들에게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손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가 맡았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건 본안 소송에서 제재의 법적 근거를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리 공방의 여지가 남아있는데도, 제재로 인해 연임이 불가능해지면 손 회장이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다. '금융회사는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 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는 내부통제 의무가 적혀있다. 다만 이를 어겼을 시 '누구에게' 어떠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문책경고 징계의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손 회장은 연임에 제약이 되는 법률적 리스크를 모두 털었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임기가 끝난 후 향후 3년 동안 금융권에 재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손 회장으로선, 주총 전까지는 제재 효력을 정지시켜야만 했다. 문책경고는 재취업을 제한하는 제재라 일단 임기에 돌입하고 나면,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손 회장에게 남은 관문은 오는 25일 열릴 우리금융 주주총회다. 변수가 있다면 국민연금의 손 회장 연임 반대 결정에 따른 주주들의 표심이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의 2대 주주다. 지난 10일엔 보유 지분 비율을 8.82%까지 높임과 동시에 투자형태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의결권의 적극적인 행사를 예고했다.
그에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손 회장의 금감원 중징계를 근거로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29% 수준이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의 연임은 무난히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에 대한 우호지분이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을 웃돌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우리금융 과점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각각 약 30%, 6.42%다. 여기에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17.25%를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약 53.67%가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이 많다면 모르지만, 20%대 수준밖에 안되는 반면 손 회장의 우호지분만 과반이 넘는다"라며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연임에는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연임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국민연금은 하나금융과 효성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한편 손 회장은 문책경고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징계 취소를 위한 본안소송도 동시에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화우가 소송대리인을 맡는다. 이에 따라 금감원도 소송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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