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과정에서 SK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이 발견됐다며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 사내 이메일에서 'LG화학의 전극 공정 노하우 흡수가능', 'LG 관련된 논의내용은 삭제할 것' 등의 내용이 발견됐다.
미ITC는 22일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spoliation of evidence) 및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지난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LG화학은 증거개시절차(discovery)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포착됐다며 조기패소판결 요청을 ITC가 받아들인 것이다.
ITC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작성된 이 엑셀 문서에는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됐다. SK이노베이션의 내부 이메일에는 'LG회사에 대해 논의한 이메일을 모두 삭제할 것', '테스트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 해결방법은 경쟁사의 자료를 확보해 최대한 따라하는 수밖에 없음' 등의 문구도 발견됐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은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 명백(clear and convincing)하다"고 말했다.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은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하고 영향을 받기 쉽다"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고 강조했다.
ITC의 이같은 조기패소 결정에 따라 양사간 소송은 오는 10월5일 최종결정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같은 예비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다음달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신청을 수용할 경우 최종결정 전까지 미국 관세법 위반여부 등을 다시 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ITC의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전례상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된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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