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보험설계사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현실적인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콜센터 설계사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의 실질적인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해 설계사들의 월수입은 평균 30~50% 가량 감소했다. 수입이 90% 가량 줄어든 설계사들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담보에 연 1.5%금리로 최대 2천만원까지를 생활안정자금 융자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융자 지원의 경우 3개월 이상 산재보험을 가입한 특수고용노동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며 "허나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회사의 강압과 회유로 인해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융자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설계사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등록된 보험설계사 34만여 명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된 비중은 11%도 넘지 못했다.
노조는 "설계사를 비롯해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특수고용노동자 250만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합법노조 설립 인가도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9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도 신고필증 교부는 유예된 상태다. 이로 인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설계사들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노조 설립을 신고했지만 보험설계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노조는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성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설계사들의 노동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노조설립증을 교부해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설계사 합법노조 설립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설계사 근로 조건 개선과 권리 보호 취지는 동감하지만 노조 설립이 오히려 향후 설계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보호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3권을 보장할 경우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일자리 축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설계사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고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큰 정책이기에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의견수렴 등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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