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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이 '키코 배상안 수락' 데드라인인데…신한·하나·대구은행 막판까지 눈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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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배상 수락 쉽지 않을 것" 부정적 관측...네번째 연장요청 가능성도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행들의 키코 분쟁조정 수락 기한이 또 다시 찾아오면서,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신한·대구·하나은행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해당 은행들의 배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상에 따른 배임 우려가 여전히 있는데다, 앞서 산업은행이 법률적 검토 끝에 배상을 하지 않겠다고 먼저 치고 나온 터라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정한 은행들의 키코 분쟁조정 수락 기한은 6일까지다.

◆6개 은행 중 우리은행만 수용…산은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아니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을 말한다. 미리 정해둔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 이상 환율이 오르거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을 입게 된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키코로 인해 기업들이 본 손해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12월 키코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해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배상비율의 최저치는 15%며, 평균치는 23%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이중 확실하게 의사를 정한 은행은 우리·산업·씨티은행 세 곳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27일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대해 분조위에서 권고한 배상액 42억원을 지급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 일성하이스코에게 배상금액을 초과하는 규모의 미수채권을 감면해준 점을 고려해 배상을 거절했다. 다만 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선 과거 법원 판결을 참고로 삼아 배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회적으로 배상에 수락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불수용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논의한 끝에, 분조위가 판단한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법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불수락사유서에 따르면 ▲신청인(기업)의 환투기·투자 목적 인정 ▲신청인의 예상 외화유입량이 계약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오버헤지 단정 불가) ▲관련 설명자료를 제공하고 유선 등으로 자세히 설명 ▲손익 시나리오나 환율 급상승에 따른 위험 설명 안 해도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등을 배상 거절의 이유로 들었다.

◆남은 3개 은행의 향방은?…업계는 부정적 관측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은행은 신한·하나·대구은행이다. 세 은행은 지난 달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금융감독원에 배상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으며, 대구은행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이사회를 개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내부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배상기한을 사실상 하루 앞둔 이날 기준으로 아직 금융감독원에 배상 기한 연장을 요청한 은행은 없다.

업계에선 이들 세 은행의 배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만큼 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의 소지가 여전히 있으며, 분조위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147개 기업에 대한 자율조정 배상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율조정 배상 규모는 각각 400억원대로 추정된다. 다만 하나은행은 앞서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권 배상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가장 먼저 의사를 밝혔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려운데다, 분쟁조정을 수락하면 자율조정 기업에 대한 배상도 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라며 "쉽게 배상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국책은행도 거절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완전 판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키코 판매 자체가 '불공정 거래행위'는 아니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이사회를 설득하면 배상 결정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추후 제기될 '배임'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아무래도 계속해서 연기하는 모양새가 배상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은행이 또 다시 금감원에 연장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3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된 만큼, 이사회가 열리더라도 논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아직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지 않아 이사회 개최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배상기한을 3번이나 연장해준 경우는 키코가 처음이다. 4회 연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연장 요청을 거부하면 분쟁조정을 시작한 금감원이 오히려 조정을 끝낸 모양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거절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은행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현 시점에서 '연장 요청'을 상정하고 수락 가능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키코공대위 "배임 될 수 없다…유권해석 요청할 것"

한편 키코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배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입증이다. 은행이 피해배상을 했다고 해서 주주나 제3자가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도 없고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에 대해 배상할 경우 배임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외부 법률자문가들과의 논의 결과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는 경우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더라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엔 이중대표소송이 도입돼 있지 않아 지주사의 개인 주주가 은행 이슈에 대해 배임 소송을 제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중대표소송이란 자회사의 임원들이 위법 행위를 했을 때, 모회사의 지분 1%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가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을 일컫는다.

키코공대위에 따르면 은행들이 배임의 근거로 삼는 법 조항은 은행법 제34조의2다. 해당 법안엔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키코공대위 관계자는 "배임이 될 수 없다는 게 공대위의 입장이며 금감원에서도 해당 법률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라면서도 "은행들이 배임에 저촉된다고 하는 만큼, 금융위원회에 '은행법 34조2'의 내용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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