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오는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를 맞는다.
고 조 회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선구자로, 1974년 대한항공에 몸담은 이래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이끈 주역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고 조 회장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승부사를 기질을 발휘한 항공업계의 큰 별로 평가된다. 그는 글로벌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하고 전 세계 유수 대형 항공사가 경영 위기로 부도로 내몰릴 때 오히려 선제적 투자를 감행하며 역발상으로 대응했다.
실제 고인은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는 항공·운송 분야 전문가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지난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했지만 정비·자재·기획·정보통신·영업 등 항공 관련 전 실무부서들을 두루 거친 덕분이다. 그룹 내부에선 "이런 경험은 고 조 회장이 유일무이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영자이자, 세계 항공업계의 리더들이 존경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고인은 특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경영감각을 갖춘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고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입사했던 1974년 당시엔 1차 오일쇼크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타격을 받던 시기였다. 1978~1980년에는 2차 오일쇼크까지 겹쳤다. 그러나 고 조 회장은 원가는 줄이면서 시설과 장비가동률을 높이는 과감성을 보여줬다. 그의 이런 경영감각은 대한항공이 오일쇼크 이후 거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동 여객수요를 확보하고 신규 중동노선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대한항공은 예나 지금이나 빌려서 쓰는 항공기가 적다. 당시에도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 112대 가운데 임차기는 14대뿐이었다. 고 조 회장은 항공기를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대한민국을 옥죄던 외환위기 파고를 극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고인의 경영감각의 절정은 1998년 보잉 737NG 주력 모델(보잉 737-800·보잉737-900) 27대 구매로 평가된다.
2003년 이라크전쟁과 사스, 9·11테러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던 때조차 고 조 회장에겐 기회의 시기였다. 그는 차세대 항공기 A380 구매계약을 했다. 불과 3년 후 세계 항공시장이 항로를 되찾자 여타 글로벌 항공사들은 뒤늦게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했지만 항공기 제작사는 갑자기 몰린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미 3년 전 사들인 차세대 항공기를 적기에 투입할 수 있었다.
부친에 이어 한진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선 조원태 회장의 행보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세적인 확산으로 인해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발상의 전환' 카드를 꺼내 들며 부친 고 조 회장처럼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해 나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15일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 운휴 중인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했다. 여객기 활용으로 공항 주기로 감면 등 비용 절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든 아이디어를 조 회장이 직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09년 조 회장은 여객사업본부장 근무시 미국발 금융 위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위기에서 발상을 전환, 인천을 거쳐 제 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 대폭 유치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전 세계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들이 적자일때 1천334억원 영업 흑자를 견인하는 등 항공 물류 전문가로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한국발 여객노선 운휴 뿐 아니라 미국의 유럽발 항공편 입항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 항공시장에 맞는 새로운 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대서양 하늘 길이 막힌 만큼 여객과 화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고 그는 강조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며 "하지만 고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대한항공의 유산들은 영원히 살아 숨쉬며 대한항공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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