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최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는 2021년 6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현재 사용 중인 주파수 중 78%를 정부로부터 재할당받아야 하는 상황. 현 기준대로라면 이에 따른 대가만 수 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3사는 대가 산정기준 변경 등 이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구현모 대표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앞서 지난달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체의 과도한 부담금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한 바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5G+ 전략위원회'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 2021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이용 중인 2G, 3G, LTE 주파수 410㎒ 폭 중 320㎒ 폭을 2021년 6월과 12월에 재할당받는다. 이는 3사가 사용 중인 주파수의 78%에 달하는 규모. 현행법 상 이 같은 재할당에 따라 과기정통부에 내야 할 대가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기영 장관에 "재할당 대가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않아야 향후 5G 투자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기존 기준에 따른 할당 대가는)외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구 대표의 이날 발언은 앞서 이통 3사가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주파수 재할당 산정 방식 개선을 위한 의견서와 뜻을 같이한다. 의견서에는 ▲경제적 가치와 사용 목적이 다른 재할당 주파수 대가 산정 방식 변경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재할당 가격부담 완화, 예상 매출액 공개 요구 등이 담겼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파수할당 대가 산정기준은 ▲예상 매출액 기준 할당대가(이통신 3사 예상 매출액 합계×해당 시장 특성을 고려한 고시율×무선투자 촉진계수×주파수 할당률 )와 ▲실제 매출액 기준 할당 대가(사업자별 연간 실제 매출액×해당 시장 특성을 고려한 고시율)다.
특히 시행령은 해당 주파수가 경매로 할당된 바 있는 경우 과거 경매 낙찰 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과거 경쟁을 통해 올라간 경매가를 기준으로 유사 규모의 재 할당 대가가 산정되게 된다. 수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5G 투자 등이 시급한 업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 3사가 이 같은 과거 경매 낙찰가격을 반영토록 한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다.
5G 상용화 후 경제적 가치가 달라진 3G와 4G 등 이전 세대 주파수 재할당에 도입 초기 주파수 경매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아울러 과거 경매 낙찰 가격을 낙찰가에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지 명시하고 있지 않아 대가 예측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또 과기정통부가 임의로 정해 할당 대가 산정 기준으로 삼는 '이통 3사 예상 매출액 합계' 매출 산정 근거 등을 투명하게 공개, 사업자의 예측성을 제고해 달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미국·영국, 실질 서비스 제공시 재할당 대가 無
이는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도 과도한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들의 경우 기존 주파수 재할당 시 이용 기간을 무기한 또는 10년 이상 연장하고 있다.
가령 미국은 '갱신 기대' 제도를 통해 사업자가 할당받은 주파수로 일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 위반 사실이 없을 경우 지속해서 주파수 사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무기한 면허 기간'을 적용, 최초 이용 기간인 20년이 지나도 권리 포기, 면허 취소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 사업자에게 자동 재할당되는 구조다.
호주의 경우 2013년 6월 만료된 기존 주파수 800㎒, 1.8㎓ 이용 기간을 15년 연장하면서, 연간 대가는 1㎒당 약 3억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캐나다 산업부 역시 2002년 산정한 1인당 사용료(0.052 CAD)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업자 의견을 반영, 2003년 전체 사업자가 납부한 재할당 대가 총액을 기초로 재산정한 사용료 0.035 CAD를 적용 중이다. 1㎒ 당 환산액은 약 9억667만원이다.
반면 프랑스 통신규제청은 2013년 3월 1.8㎓ 대역 연간 대가를 '㎒ 당 7억원, 매출액 1%에서 ㎒ 당 41억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통신사 부이그가 과도한 인상이라며 소송을 제기,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통신규제청의 대가가 부당하게 산정됐다며 2014년 12월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감안, 국내 역시 기준 완화 등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희소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과 기술진화, 이용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할당 대가 산정 등을 검토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기영 장관 역시 '5G+ 전략위원회'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 변경은)생각해봐야 할 문제로 검토는 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이용 기간 만료 6개월 전인 12월까지 재할당 대가 산정, 이용 기간, 기술방식 결정 등 세부 정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시 자리는 구 대표가 KT 대표에 공식 선임 된 이후 가진 첫 대외 일정이었다.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나선 셈이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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