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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항공업계 노동자들 "금융 지원하려면 해고금지 조건 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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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금지 촉구 실천단 발족…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 시혜에 달려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해고 위기에 내몰린 항공사와 공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항공사에 거액을 지원해주려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의 시혜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소속 항공·공항 산업 노동자들은 2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만 희생양 삼는 정리해고 중단, 항공·공항 한시적 해고 금지 촉구 현장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먼저 이들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여객항공 이용객이 92% 줄어들자 현장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지상조업사와 외주화한 하청 노동자 9천여 명 가운데 50% 육박하는 인원이 퇴직하거나 무급휴직 상태다. 특히 가장 큰 피해 당사자들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아시아나항공기 청소 노동자인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500명의 직원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희망퇴직 120명, 정리해고 8명, 무기한 무급휴직이 370명이다"면서 "엊그제는 5월에 상황 봐서 270명이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지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계열사 한국공항의 하청업체로 대한항공 항공기 청소를 맡고 있는 이케이맨파워 노동자인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지부장도 "380명 가운데 260명 남았는데 말이 권고사직이지 해고된 것"이라며 "사측에서 무급휴직에 서명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하겠다고 하더니 정리해고 보류할테니 무급휴직 서명하라고 했다가 무급휴직에 서명하면 정리해고 하지 않겠다 하면서 계속 장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에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세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13조 원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기업에는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자구노력을 해야 할 기업이 하고 있는 일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고를 금지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세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그게 고통 분담의 진정한 의미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노동자인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위원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을 앞두고 있는데 박삼구 전 회장은 65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면서 "퇴직금 좀만 떼어줘도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들이 요구한 것은 한시적 해고 금지뿐 아니라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 공항·항공산업 고용안정 특별 지원금, 위기 극복과 산업 체질 개선 위한 교섭·협의 등이다. 특히 한시적 해고 금지를 촉구하면서 정리해고·부당해고 철회와 노동청 위법사업장 근로감독 강화,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보장 책임지는 원청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만 희생양 삼는 정리해고 중단, 항공·공항 한시적 해고 금지 촉구 현장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 [황금빛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만 희생양 삼는 정리해고 중단, 항공·공항 한시적 해고 금지 촉구 현장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 [황금빛 기자]

근로감독 강화를 촉구한 것은 현장에서 항공사들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특히 정리해고를 강요하고 있어서다.

이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지원금 활용·확대 방안 등 고용보장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사용자의 시혜에 달려 있는데다 하청사업주가 지원 사업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해서다. 또한 이를 알고 원하청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데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걸린다고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 기회에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길들이기까지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정남 지부장은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코로나19를 빙자해 체불임금 관련자도 해고해 체불임금 소송을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항공 정규직 노조인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이춘목 사무국장도 거들었다. 그는 "대한항공이 4월 15일부터 순환 유급 휴직을 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기자회견이랑 성명서를 내고 해서 얻어낸 것"이라며 "항공 산업은 기장, 승무원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기내 청소, 지상 조업, 수십 가지 직종들이 연관돼 있는데 그분들은 어떠한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원청인 항공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상위 원청인 항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기획한 외주화로 최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일상적 차별을 강요하더니 위기 앞에서 모든 고통을 비정규직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사용자로 권한만 행사해오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실상 무수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이춘목 사무국장은 "위기가 끝나고 나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되려면 같이 출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대한항공은 유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연대해서 투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발족한 실천단을 통해 제시한 요구 사항을 정부에 실행할 것을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서명운동도 인천공항 지역 노동자들, 일자리에서 밀려난 노동자들, 인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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