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들이 수백억 원의 임대료 부담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급감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실과 동 떨어진 임대료 감면 혜택을 내놓은 탓이다.
12일 인천공항이 발표한 4월 여객 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국객수는 전년 대비 무려 99% 줄어든 3만2천646명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88% 하락했다. 입출국 전체 여객수는 전년 대비 97% 줄어든 15만3천514명으로, 전월 대비로는 75%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이용객수 절벽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1일 출국객은 평균 1천221명, 입출국객 전체 여객수는 4천267명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이달에는 인천공항이 셧다운 기준선으로 잡은 전체 여객수 3천 명 이하를 기록한 날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전체 여객 수는 2천528명을 기록했고, 지난 11일은 2천738명으로 이달 들어 두 번째 3천 명 이하 여객수를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면세업계는 임대료 추가 감면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용객 수가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10% 수준의 감면 혜택만 제공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이동 제한과 검역 강화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전년 대비 99% 감소해 고객이 거의 없다"며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업체들에게 월 8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계속 요구해 사업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1일 대기업 계열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를 오는 8월까지 20% 인하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신 내년에 9% 정도로 예상되는 임대료 할인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달아 업체들의 반감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임대료 감면 기간에 올해 감면 받은 6개월을 제외시키겠다는 단서 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하 혜택이 아니다"며 "해외 주요 공항들이 입점 면세점에 대해 임대료 인하 정책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인천국제공항은 조삼모사식 인하 정책만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체들은 추가 감면 요청을 했지만 공사 측은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인천공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가 정부배당금 감소 등 국가 재정에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업체들의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공사 측의 태도에 업계 1·2위인 롯데·신라는 제4기 면세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줄줄이 포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 재선정에 나서야 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5일 면세업계 빅3 업체인 롯데·신라·신세계 대표들을 불러들여 간담회를 진행키로 했다. 앞서 공사 측은 '코로나19' 영향이 가시화된 지난 3월부터 면세업계와 수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이번에도 양측은 면세점 임대료 추가 감면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도 여객 수 급감으로 비상운영에 돌입한 상태여서 면세업계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면세점 임대료가 공항공사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임대료 감면이 더 이뤄지면 인천공항의 실적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매출이 '0'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 임대료를 계속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며 "인천공항도 임대료를 정액으로 내야 하는 최소보장금액제가 아닌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하거나, 해외 공항처럼 파격적으로 임대료 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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