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회동을 갖고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이들 단둘이 공식 회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현대차는 그동안 LG화학 배터리만을 고집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현대차' 동맹이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때마침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프로젝트명 NE)를 내년 1월께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현대차,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협력 강화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삼성 경영진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이 부회장은 2030년 양산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정 부회장에게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기존의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이로써 발열과 인화성을 대폭 줄여 안전성을 확보하고 또한 충전 역시 5분만에 80%까지 가능해 효율성도 높다. 또 용량·부피·형태 등을 설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플렉서블배터리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전고체 배터리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남양R&D센터 배터리선행개발팀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한 R&D를 진행 중이며 2018년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아이오닉 머티리얼스, 솔리드파워에 투자했다. 현대차는 2025년 관련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솔리드파워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최근 1회 충전에 800km 주행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삼성SDI도 관련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한층 진화된 LVS(Low Voltage System) 팩 등 혁신 제품 출시에 나섰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회동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도 삼성의 이같은 우수한 기술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이들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술협약 체결 등 협력을 강화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는 뒤바뀔 수 있다.
◆'현대차-LG화학' 전통동맹 깨지고 '현대차-삼성SDI' 신동맹 떠오르나
특히 현대차와 삼성SDI간의 새로운 배터리 동맹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LG화학 배터리만을 고집해왔다.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 주력 전기차종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하며 수년간 긴밀한 밀월관계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삼성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990년대 현대차가 주도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삼성이 돌연 뛰어들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던 현대차가 지난해 말 돌연 SK이노베이션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용 배터리 공급처로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을 펼치며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즉, 현대차가 동맹 기업의 적과 손을 잡은 셈이다.
이같이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인해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간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의 정상회동은 업계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LG화학' 전통동맹 대신 '현대차-삼성SDI' 신(新)동맹이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질 경우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배터리업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통 동맹에서 벗어나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하고 배터리 공급처도 다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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