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EV)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구매 보조금 지급 등의 영향이다. 특히 EV 시장서 테슬라의 공세가 매섭다. 이에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EV 모델 신차를 적기에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 시장서 전기차 판매는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BEV) 등 EV는 중국을 제외하고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서 모두 판매가 증가했다. 전년 1분기 대비 국가별 EV 판매는 올 1분기 유럽 39.7%(31만5천대→44만대), 미국 14.9%(13만4천대→15만4천대), 한국 10.3%(2만9천대→3만2천대) 등 각각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로벌 EV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먼저 1분기 국가별 판매 실적을 보면 HEV 판매량은 일본·미국·독일·중국·영국 등의 순으로 높았다. PHEV는 독일·중국·미국·영국·스웨덴 순이고 BEV는 중국·미국·프랑스·독일·노르웨이 순이다.
더불어 업체별로 올해 1분기 판매실적 상위 3곳을 봐도 HEV는 토요타·혼다·르노닛산 순, PHEV는 BMW·폭스바겐·지리 순, BEV는 테슬라·르노닛산·폭스바겐 순이다. 현대차는 모두 4위에 위치했다.
특히 BEV 모델을 갖고 있는 테슬라의 공세가 매섭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서 올 1분기 EV 판매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테슬라다. 미국 시장서 EV 판매 증가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세단 모델3의 판매 증가와 SUV 모델Y의 신차 출시 영향이다.
한국 시장서도 모델3의 차량 인도가 본격 시작돼 EV 판매가 증가했다. 실제 한국 시장서 테슬라의 올 1분기 판매량은 4천70대를 기록하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국내 수입차업계 3위에 올라섰다. 더불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 8천831대의 절반을 차지했다.
유럽의 경우 올해부터 강화한 배기가스 규제와 2025년 이후 시행되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등이 EV 판매 증가를 이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 1분기 EV 판매는 감소했지만 이는 정부가 EV 구매 보조금을 올해 말까지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기로 한 만큼 EV 판매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커지고 있는 EV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강화와 EV 구매 보조금 지급 등을 기반으로 시장이 성장해가면서 기술적 측면과 경제성 또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글로벌 EV 시장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EV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와 같은 시기에 EV 신차 모델을 적기에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내연기관차는 엄청 다양하게 내놓고 있는데 올해 전기차 신차는 아예 없다"면서 "한국은 전기차 인프라도 잘 돼 있고 구매 보조금도 많이 주는 편인데 신차 전기차가 안 나오니까 소비자들이 수입차 쪽으로 가서 테슬라 모델3가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해외서도 전기차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BEV 승용 모델은 현대차의 코나·아이오닉, 기아차의 쏘울·니로뿐이다.
아직 EV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한 모델 또한 없다. 이는 테슬라와 같이 EV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한 차량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V 전용 플랫폼은 EV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면 공간성, 내구성, 효율성, 가격 경쟁력 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테슬라는 올해 말에도 한국 시장에 소형SUV 모델Y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올해부터 글로벌 주요 업체들이 다양한 EV 신규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규모의 경제가 되면 만들겠다는 논의로 시작하다보니 EV 시장서 선도적이지 못했다"면서 "지금 전기차가 전 세계적 대세로 5~10년 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에 매진하지 않으면 현재처럼 4~5위에 머무를 수 있다"며 "타이밍을 놓쳐서 주도권을 빼앗기기 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하고 주도적인 양산 모델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EV 전용 플랫폼 E-GMP로 제작한 CUV를 각각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