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정부가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하자 보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0만명에 이르는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데다 설계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의무가입 대신에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을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산업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한 9개 직종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계약에 따라 일하고 대가를 받지만 지휘 또는 감독을 받지 않지 않는 근로자를 말한다. 이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아 고용보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개정안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포함시키려 했지만 여야 논의과정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이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다음달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적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보험업계에서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보험업계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설계사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동향상 향후 고용보험 외 다른 사회보험으로의 단계적 확대 추진이 예상되기에 설계사의 고용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연간 1조2천900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40만명에 이르는 설계사 중 절반 가량(17만명)이 구조조정되는 등 대규모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보험으로만 한정하더라도 9만6천명 설계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의 특성상 고용보험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보험설계사는 시장 진출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고 위탁계약이 유지되면 언제든지 소득활동이 가능해 `실업' 개념 적용이 어려우며, 고용보험을 통한 보호 필요성 또한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설계사들도 고용보험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중 고용보험을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고, 원하는 사람만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77%에 달했다.
실업급여 수급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 등과 위탁계약이 유지될 경우 본인 의도에 따라 소득수준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기에 실업급여 편취를 위해 고의적으로 업무를 태만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철새설계사가 양산되는 등 모집질서가 악화될 수 있고, 철새설계사의 실업급여 재원을 다른 선량한 보험설계사가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드러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해당 당사자들인 보험설계사들 간에도 소득수준, 생활여건 등에 따라 고용보험 가입과 관련해 의견이 나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며 "의무가입보다는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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