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이후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뉴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사업장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발표에 맞춰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냈다.
삼성은 새 파운드리 설비 구축에 따르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9조원대로 추산된 이번 투자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등극을 주창해 온 이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21일 평택사업장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P2 라인)에 EUV 공정이 적용되는 파운드리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하고 이달 관련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UV 공정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기는 첨단 초미세공정으로, 저전력에 처리속도는 빠른 고성능 칩 제작이 가능하다.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새 시설에선 회로 폭 5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칩 양산 능력을 갖추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에서 주문 받은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22일 재계에선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로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 기업 TSMC의 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꺼내든 승부수로 내다본다.
이번 투자는 코로나19 등을 포함한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이 부회장의 강력한 주문에서 실행됐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은 이번 결단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큰 데다 5세대(5G) 통신,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주력사업으로 제시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1%로 압도적 1위였고 삼성전자 15.9%,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7.7%, 대만 UMC 7.4%, 중국 SMIC 4.5% 등이 2~5위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TSMC가 미국 상무부 제재 조치로 화웨이 물량 수주가 어려워지고 미국에 5나노 반도체 공장 신설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에게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5나노 기반 미국 공장을 내년에 착공해 2024년 생산을 목표로하고 있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이달 착공해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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