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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n번방방지법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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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n번방을 잡을 수 없는 n번방 방지법.'

한 변호사는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이같이 설명했다.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책임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엔 일정 규모 부가통신사업자에 불법촬영물을 걸러내기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의 골자가 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발의된 건 지난 4일. 인터넷 업계는 카카오톡도 검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이는 사흘만에 소관 상임위원회, 2주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법상 입법예고기간인 10일 이상의 입법예고도 하지 않았고 공청회 같은 형식적인 논의의 장도 없었다.

n번방이라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입법을 서둘렀어야 하는 당정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법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더 숙고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을 모두에게 공개된 서비스에만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n번방은 비공개 대화방 텔레그램에서 일어났는데 이 법안으로 n번방을 잡을 순 없는 셈이다. 또 이 법만으론 텔레그램 같이 서버 소재지도 파악하기 힘든 해외 사업자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돼야 하고 그 일환으로 규제도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처럼 부작용도 예상된다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회는 공을 정부에 넘겼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n번방 방지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적 검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업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벌써 업계에선 적용 대상 서비스를 정하는 과정에서 수용 가능한 기준이 세워질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천명한대로 이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업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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