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산업군으로 꼽히는 게임산업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로 인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해당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뉴노멀'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로 자리잡은 상황을 감안해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ICD-11)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발제를 맡은 연구 책임자인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와 더불어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 이형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실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로 인해 게임산업에서는 연평균 2조80억에서 3조 5천205억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게임 제작 산업 위축에 따른 불필요한 수입액은 연간 약 8천648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최소 49억 9천500만원의 의료예산과 치유부담금과 같은 추가 사회적 비용이 7천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연간 5조 2천526억원의 총생산 감소효과와 약 3만 4천명이 고용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유 교수는 "파급효과 및 향후 전망을 고려 시 피해는 더욱 심각하고, 일자리 감소 효과도 크다"며 "경제적 부의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콘텐츠정책팀 팀장 역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산업계 뿐만 아니라 게임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게임 직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경우 우수전문 인력 공급 축소로 인한 부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 과정에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부각된 뉴노멀 상황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WHO는 지난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게임계와 의료계의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의 도입 여부를 민관협의체를 통해 아직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WHO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미 게임 이용을 권장하는 쪽으로 태세를 바꾼 상황이다. WHO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과 손잡고 '플레이어파트투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통해 외출 대신 집에서 게임과 같은 여가 활동을 즐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젊은층에게 부모님들이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게임을 하라고 권유하는 '뉴노멀' 시대가 왔다"며 "이 같은 상황이 (국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논의에 반영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자리한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도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전세계 인구 5분의 1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비대면 국면에서 게임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즐거움과 연결을 통한 사회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와 기술 발달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WHO에도 의료학적 관점 뿐만 아니라 게임을 놀이, 여가, 산업, 경제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도 "게임은 온라인 경제의 중추이자 여가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산업군이지만 WHO가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했다"며 "이는 단순하게 산업 후퇴를 넘어 경제 후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WHO는 최근 게임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도 인정했다"며 "(국내에서도) 사회 각계의 의견이 반영돼 이 분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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