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는 송현동 부지를 두고 서울시가 공원 조성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대한 비싼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은 시장 평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28일 서울시는 전날 개최한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3만7천117㎡)를 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에 대한 자문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다음 달 중으로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올해 안에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정부 지원은 물론 유상증자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의 자구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 자구안 가운데 매각가가 가장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2천80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이었지만 학교 주변에 호텔 설립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에 막혀 10년 넘게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결국 매각에 나서게 됐는데, 현재 주변 시세(3.3㎡당 4500만원)를 고려하면 매각가는 최소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주관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공원 조성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해당 부지를 매수하더라도 개발 인허가 등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부지 매입 관련 예산을 2천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가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또한 서울시는 매입 대금도 2년 후 지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시세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하면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 같은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지만 서울시는 인허가권을 무기로 공원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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