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재검토 해달라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등에 공식 요청했다.
인수를 결정했을 때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악화했는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은이 지난달 29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과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회신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에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 증명을 보낸 바 있다.
즉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인수 계약을 체결했던 지난해 12월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더욱 나빠진데 기인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 말 기준 2조8천억 원의 부채가 추가 인식됐고, 1조7천억 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무려 4조5천억 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020년 1분기 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천126% 급증했다.
자본총계도 2020년 1분기 말 현재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 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12월 말 공시 대비 증가된 2019년 순손실과 2020년 1분기 당기순손실을 합해 모두 8천억 원 이상 확대됐다.
아울러 지난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해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천억 원 추가 차입과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본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천400억 원 지원도 통보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4월 이후 두 달 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 및 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 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해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과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채권단과 공식적 교섭이 없던 중 1조 자금지원 요구, 차입금 상환연장 등 지원 요청, 채권단 영구채 5천억 원 출자전환 검토 등 여러 보도가 이어져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난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여러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 및 시장에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혼선은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는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도 아시아나항공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 증명, 계약 체결일 이후 4조5천억 원 이상의 부채가 증대돼 가는 상황에서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등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영업실적 하락·유동성 부족·차입금 증대·자본 잠식 등을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 등의 내용이다.
그밖에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구조에 변동이 있는 경우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 등 인수 계약과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를 위해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따른 책임이 면제 또는 감면되는 것은 아니며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관련 권리가 변경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기업결합 승인은 러시아를 제외한 중국 등 모든 국가에서 받은 상태다. 아울러 당초 세웠던 인수자금 조달계약에 따라 유상증자, 회사채 등 발행과 금융기관 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면서 인수자금 조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인수를 위해 출범한 미래혁신준비단도 충원, 변경, 보강해 6월 현재 23명 규모로 인수 준비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각 부문별로 외부 전문기관들을 선임하는 등 상당한 규모의 비용과 인원을 투입해 인수 후 통합(PMI)에 필요한 여러 컨설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유지하며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인수합병에 그룹 사활이 걸려 있는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와 주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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