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했으나 부채 부담이 큰 '딜라이브'. 재무건정성과 지역기반이 탄탄하나 8VSB 가입자가 많은 'CMB'. 높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기록하나 분할 과정의 난항이 예상되는 '현대HCN'.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1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유료방송 M&A를 통한 미디어 시장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 20회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유료방송 2차 M&A를 이 같이 분석했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시장의 구조개편과 혁신: 플랫폼사업자 2차 M&A 전망과 고려 사항'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방향성 설정, 구체적 전략 수립, 핵심 서비스 마련, 투자자본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뚜렷한 방향성과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며, 투자자본 확보는 한계에 놓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혁신과 가치 증진을 위해 퀀텀 점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M&A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유료방송 2차 M&A 매물로 등장한 딜라이브와 CMB, 현대HCN에 대한 장단점도 분석했다.
딜라이브는 지난 연말 기준 가입자 약 201만명을 보유, 3개사 중 가장 많다. 또 8VSB 가입자는 23%로 디지털 전환율 역시 가장 높다. 방송사업매출 및 가입자 매출 기준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결합상품 유도 시에도 이용자 저항이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CMB의 경우 8VSB 가입자가 93.4%에 달하고, ARPU 역시 가장 낮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잠재적 성장 가능성 및 결합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8VSB 가입자의 경우 셋톱박스 교환 등 추가 디지털 전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은 장점이다.
현대HCN은 이들 2개사에 비해 가입자 규모는 가장 적지만 높은 ARPU와 안정적 수익 확보 차원에서 우수 매물로 분석됐다.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각각 M&A에 따른 쟁점 등 변수도 제각각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딜라이브의 경우 4천억~ 4천500억원에 이르는 부채가 부담될 수밖에 없고 CMB는 8VSB의 잠재력은 있으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이용자 특성에 대한 연구 및 취약계층 보호 역시 필수"라며, "현대HCN의 경우 물적분할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는 부채 비율이 높아 잠재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영업권을 차감한 순자산가치는 지난연말 기준 마이너스 1천40억 수준으로 추산됐다.
CMB의 경우 규제기관의 8VSB 보호 정책이 허들이 될 수 있다는 것. 앞서 지난해 M&A에서도 취약계층의 비용 부담 완화, 디지털방송 시청권 보장을 위해 8VSB 서비스의 비자발적 전환, 요금 인상 제한 등이 조건으로 제시됐다.
현대HCN은 물적분할을 통해 존속되는 현대퓨처넷이 현대HCN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신설 자회사인 현대HCN 매각을 추진하는 형태다. 신설법인에 보유한 사내유보금 총 3천530억원 중 200억원만 승계된다. 케이블TV 사업이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공익산업에 속한다면 기본 법인이 보유한 사내유보금 중 적은 규모로 승계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디지털 뉴딜과 발 맞춘 유료방송 발전 이뤄야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유료방송시장의 M&A를 통한 '디지털 뉴딜' 추진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날 토론에서 임정수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방송과 통신 기업이 내수시장만 보던 시대는 끝났으며, 미디어 산업의 효율화를 통한 잉여를 플랫폼 영역, 콘텐츠 영역, 소비자 등과 나누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통해 성장 지향적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간 M&A가 단지 거래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게 아니라 미디어 이용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단순히 M&A가 IPTV 사업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단순 계기가 되기보다는 정보복지 또는 디지털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규제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범수 한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 구조 재편을 위해서는 개별 사업자, 시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지털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용자 서비스 제고, 산업 성장, 기업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의 조율과 균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 규제 체계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인터넷 규제가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규제를 더 적게 받는 온라인 기반과 오프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측면에서 통합된 또는 별개의 시장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A를 이용자 관점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을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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