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지지부진하던 두산솔루스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연내 마무리하기로 못 박으면서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산솔루스 매각이 선행돼야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최근 '그룹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메시지를 통해 연내 1조원 규모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주)두산과 최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후 첫 공식 입장이다.
박 회장은 "중공업은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유상증자 및 자본확충을 시행하고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두산 및 ㈜두산의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4월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대주주 사재출연 등 3조원 규모의 최종 자구안을 마련했다. 동시에 두산중공업은 발행주식수와 수권 자본한도를 조(兆) 단위로 늘리며 실탄확보 채비에 나섰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연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방식으로는 경영진의 고통분담과 실권주 처리 등의 절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3자를 신주 인수자로 정하고 실시하는 유상증자다.
두산중공업 지분 34.36%를 보유한 최대주주 (주)두산은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만큼의 실탄이 부족하다. 결국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도 사재를 출연해 두산중공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지분 44.6%를 보유한 두산솔루스 매각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두산솔루스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1조5천억원 수준으로 판단해 흥행을 자신했지만 유력 원매자였던 롯데케미칼이 불참하면서 매각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잠재 인수자들이 줄줄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산이 매각을 추진하는 (주)두산 모트롤BG, 두산메카텍, 두산건설 등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정원 회장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두산솔루스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산매각이 늦어지자 커지는 시장의 불안과 불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자신이 책임지고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 등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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