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쌍용자동차가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의 경영권 포기 선언에 이어 정부도 자금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새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심의위원회가 이날 개최된다. 당초 정부는 기안기금 대상업종을 항공·해운업으로 한정했지만 최근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정부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쌍용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사업의 지속가능성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옛말에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할 것이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도 내가 보기에 쌍용차는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과연 어떨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은은 쌍용차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900억원 대출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을 협의 중이며, 기존 투입 자금을 갑자기 회수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끈 셈이지만 기안기금 지원 없이 지속적인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연간 적자는 2천819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9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해 2천300억원을 수혈받기로 했다. 나머지 2천700억원은 자산매각과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마힌드라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면서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대신 마힌드라는 긴급 운영자금 400억원만 융통해 줬다.
마힌드라는 지난 1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면서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힌드라의 이같은 입장은 최대주주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천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두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천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 75%의 현재 가치는 2천300억원 수준이다.
마힌드라가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경우 보유 지분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마힌드라가 지분매각 대신 새로운 투자자에게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양보하면서 대주주로는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안기금 지원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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