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그룹은 침묵에 휩싸였다.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불기소든 기소든 결과에 따른 후폭풍에 따른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검찰에 대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한 빅데이터연구소가 최근 인터넷 여론을 분석한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부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오는 26일 수사심의위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잇따른 조사로 각종 사업·투자 등 경영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7일 삼성은 호소문을 통해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발표했다. 삼성이 언론에 호소하는 형식이었지만 검찰과 재판부를 향한 절박한 요청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현재 삼성이 위기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에 따르면 검찰의 조사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다. 이 부회장은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은 집중 심리가 이뤄진 경우 매주 2~3회꼴로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었고, 재판 준비를 위해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주역이 돼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의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와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올스톱 된 상황이다. 삼성은 2017년 7월 이노틱스, 11월 플런티 등 스타트업을 인수하긴 했지만 대형 M&A는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1년을 주춤하면 10년을 놓친다'는 말이 있다"며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데, 삼성으로서는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흐름에 뒤처지면서 기존의 1위 자리도 잃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로 이어지면서 재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공권력을 앞세운 '물타기·여론몰이식 수사'로 글로벌 기업 하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을 찾아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내부 결속을 독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소비자가전 부문 주용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가혹한 위기 상황", "시간이 없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위기 극복 의지를 피력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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