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검찰이 1년7개월 동안 진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앞서 26일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 관여 의혹을 받은 이 부회장에 대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다만 '검찰이 수심위 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며 검찰에 '기소 강행' 명분을 주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때문에 검찰측 행보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심위 심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선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고 따를 경우 검찰은 '국민신뢰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2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의에 참여한 13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기소 반대의견을 냈으며 표결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검찰 수뇌부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수심위 권고대로 불기소 처분할 경우, 1년 7개월간 전방위적으로 벌여 온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기소를 강행하면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앞서 열린 8차례 수심위에서 수사팀은 심의위 권고를 따랐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에선 수사팀이 수심위 권고와 별개로 이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수심위 결론이 나오자마자 '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며 검찰을 상대로 기소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기소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는 자신들의 기대와 반대 결과가 나오자 '분풀이'하는 식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심위 권고를 존중하고 따를 경우 검찰은 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검찰 위상을 새롭게 다지는 좋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확증 편향’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수심위는 미국의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이다. 모두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이다. 미국 대배심과 일본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심위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노무현 정부 등에서 '검찰을 견제할 시민기구 도입'방안이 검토될 때마다 대표적인 해외 모범사례로 거론돼 왔다.
물론 '여론에 휩쓸린다' '구성이 편파적이다'등의 비판도 있었으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에 따라 제도는 자리잡았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과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제도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따라서 검찰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번에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불기소 권고' 결정에 "위원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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