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이 두산솔루스 매각 이슈에도 헝가리 전지박 사업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헝가리 계열사의 운영자금 차입을 위해 금전을 대여해주는가 하면 심지어 부동산까지 담보로 실탄 지원에 나섰다. 적신호가 켜진 두산솔루스 매각작업에 여유를 두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전지박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솔루스가 헝가리 계열사에 실탄을 지원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헝가리 자회사 두산코퍼레이션유럽(DCE)에 300억원 금전대여를 결의했다. DCE는 전지박 제조 종속회사 두산에너지솔루션(DE)에 출자한다.
특히 두산솔루스는 DE가 유럽에서 헝가리 사업 투자 확장을 위해 채무보증과 담보보증까지 나섰다. 두산솔루스는 DE의 135억원 규모 운영자금 차입을 위해 익산 바이오공장과 여주 점봉동 토지를 KEB하나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두산솔루스는 DE의 해당 운영자금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에도 나섰다. 이로써 두산솔루스가 DE에 채무보증한 총액은 무려 620억원이다. 이는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709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사실상 유럽 전지박 사업에 '올인'했다는 평가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말에도 DE에 73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아울러 두산솔루스는 지난달 헝가리 정부로부터 약 34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획득하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전지박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지원과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오는 10월 헝가리 정부로부터 받게 될 현금 인센티브를 헝가리공장의 양산체계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두산솔루스는 이달 초 연 1만톤 규모 전기차용 전지박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헝가리 정부로부터 공장 가동에 필요한 모든 승인을 완료했다. 헝가리 전지박 공장은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라인(Line)을 순차적으로 셋업(Set-up) 중이며 시생산을 진행 중에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 생산을 위해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4만4천㎡ 부지에 1단계로 연 1만톤 규모의 전지박 생산능력를 갖췄고 올해 연말부터 2단계인 1.5만톤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다.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7.5만톤까지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DCE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3월에도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와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이며, 계약금액은 1천억원대 규모다. 이로써 공장 준공도 전에 연간생산량(CAPA)의 80%에 해당하는 전지박 물량의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매각 작업 숨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8일 두산의 자구안 이행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두산의 자산 매각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이 시간을 벌게 된 만큼 두산솔루스의 '헐값 매각' 대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제값 받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는 헝가리 전지박 공장 준공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지리적 강점을 확보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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