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간 법정 공방이 다시 불붙는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달 25일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를 상대로 제기한 2심 청구를 기각했지만, 액토즈소프트가 대법원에 상고하며 '미르의 전설'을 둘러싼 양사 대립이 재점화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는 최근 위메이드를 상대로'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 3-ei'에 대한 저작권침해정지 청구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1심,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액토즈소프트가 2심 판결이 난지 13일 만에 대법원에 상고한 것. 이에 따라 양사 법적 공방이 재가열 될 조짐이다.
◆1·2심 패소 액토즈 "원고 패소 부분 파기해 달라"
액토즈소프트가 제기한 소송 내용은 지난 1심, 2심과 같다. 액토즈소프트 측은 위메이드가 자사와 합의 없이 제 3자와 '미르의전설' IP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미르의전설 IP를 각종 영상저작물, 모바일 게임 개발 등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공동 저작권자인 액토즈소프트의 합의권,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
이에 액토즈소프트는 자신들의 지분 비율 50%에 맞춰 저작권 이용료 배상을 주장했다. 저작권 수익 배분율도 위메이드와 5대5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위메이드의 제3자에 대한 저작물 이용 허락이 액토즈소프트 저작권 침해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수익 배분율도 각각 7대3(미르의 전설2), 8대2(미르의 전설3)를 유지할 것을 판결했다. 이는 과거 양사가 '미르의 전설' 관련 분쟁 때 작성한 화해 조서에 따른 수익 배분율이다.
그러나 액토즈소프트는 이에 불복, 이번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원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의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구한다는 입장이다.
액토즈소프트 관계자는 "1심·2심과 소송 청구 취지는 크게 변한 게 없다"며 "모바일이나 다른 저작물에 대해서는 공동 저작물로 접근, 5대5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데 PC 게임에 해당하는 기존 수익 배분율을 그대로 적용한 부분은 억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사 소송전은 최소 1년 이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액토즈소프트가 2017년 6월 제기한 1심 소송은 19개월 만인 2019년 1월 판결이 나왔고, 같은해 2월 제기한 항소심 역시 15개월 만인 지난 6월 판결이 났다.
소송 제기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1심, 2심에서 진행했던 바와 같이 소송 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본 소송에 적극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액토즈 악연, 당분간 지속될 듯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간 '미르의 전설'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03년 불거진 뒤 벌써 17년 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미르의 전설'은 액토즈소프트의 작품으로 1998년 11월 출시돼 국내 1세대 MMOPR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주목받았다. 그러다 2000년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하는 과정에서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개발 중이던 '미르의 전설2'를 위메이드에서 출시한 게 시작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 지분 40%와 미르의 전설 IP(지식재산권) 공동 소유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때만 해도 양사는 '미르의 전설'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함께 움직였다.
그러나 '미르의 전설2'가 2001년 중국에 출시되고 큰인기를 끌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중국에서는 '미르의 전설2' IP를 무단 도용한 게임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했고, 그 중 대표격이 샨다게임즈(현 성취게임즈)의 '전기세계'다.
샨다게임즈는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 서비스를 맡기도 했던 업체다. 서비스 1년여 만에 양사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지하고, 미르의 전설 IP를 도용한 게임까지 출시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2003년 1월 샨다게임즈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그 해 7월 출시된 '전기세계'에 대해 중국 베이징인민법원에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때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간 발생한 노선 차이가 양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실제로 액토즈소프트는 같은 해 8월 샨다게임즈와 미르의 전설2 서비스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받지 못한 로열티를 샨다게임즈가 전액 지급하는 조건이다. 위메이드는 이에 반발, 샨다게임즈의 IP 침해 및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 간 계약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4월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가 분쟁을 멈추기로 해 일단락 되는 듯 하던 사태는 11월 샨다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면서 새국면을 맞는다.
샨다게임즈는 2007년 액토즈소프트가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40%를 위메이드에 전량 넘기고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대신 위메이드는 '전기세계' 저작권을 인정하고, 샨다게임즈에 걸었던 '미르의 전설2' 저작권 침해 소송을 취하했다. 중국 인민법원의 화해 조정에 따른 조치였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간 수익 배분 비율도 이 때 정해졌다.
끝나나 싶던 문제는 양사가 지난 2016년 기존 계약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재점화됐다.
위메이드는 2007년 샨다와 맺은 '미르의 전설2' 관련 계약이 종료되면서 이후 중국 내 사업 제휴는 위메이드가 직접 관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샨다게임즈가 출시한 미르의 전설2 웹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무단 출시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액토즈소프트는 2017년 샨다게임즈와 '미르의 전설2'에 대한 중국 내 독점 라이선스 재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는 이 계약에 대한 무효 주장과 함께 킹넷, 37게임즈 등 다른 중국 업체들과 미르의 전설 IP에 대한 독자 계약을 맺는다.
이에 반발한 샨다게임즈와 액토즈소프트가 소송을 제기, 법적 공방이 장기전이 된 양상이다.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액토즈소프트로서는 법원의 판결을 뒤바꿀 반전 카드가 필요한 상황.
반면 위메이드는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승소한 만큼, 기존 입장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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