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뼈를 깎는 자세로 자구안을 마련했다."
오는 1일 창립 124년을 맞는 두산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주요 자산 매각 계획을 신속히 이행해나갈 것이다. 하루빨리 위기 상황을 극복해 임직원 여러분의 희생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해 국내 최장수 기업 자존심을 세울지 재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다만 아직 갈길은 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두산의 오너경영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린다. 채권단의 고강도 자구안 요구에 두산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지금은 '생살'을 떼는 심정으로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대상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2009년 두산건설 회장직에 오르며 두산가의 4세 가운데 처음 회장이 됐다. 박용만 두산그룹 전 회장과 함께 경영을 총괄했고 이후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해 오너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실적 부진 개선, 미래먹거리 사업 개발이란 과제를 안았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위기 극복의 과제가 맡겨진 상황이다.
최대 위기속에서 두산그룹 대주주의 배당 이익이 지난 3년간 1천600억원에 달해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논란마저 뜨겁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 32명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4.64%(955만9천559주)에 달한다. 보통주 47.24%, 우선주 35.87%다.
지난해 두산의 현금 배당금 총액은 999억원으로 이중 오너 일가 등이 가져간 배당금은 4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오너 일가는 각각 576억원, 585억원의 배당 이익을 취득했다. 특수관계인에는 두산연강재단, 동대문미래재단 등이 있다.
오너가 중 두산 지분 7.41%(보통주, 우선주 0.41%)를 보유한 박정원 회장의 지난 3년간 배당 소득은 204억원이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은 140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급여와 상여 등 3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보수 외에 지난해 배당 소득(약 64억원)까지 포함하면 한해 95억원을 벌었다. 박지원 부회장은 회사의 어려운 경영 사정을 감안해 상여금 없이 급여만 15억원을 수령했다. 배당금까지 합치면 63억원을 받았다.
일각에선 두산 측이 두산중공업 회생을 위해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너 일가의 고배당은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두산솔루스에 두산 일가의 지분이 많은 상황에 두산그룹 일가가 가진 현금이 많지 않아서 채권단의 사재 출연 요구에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룹 계열사의 각 사업과 부동산 등을 다 털어도 채권단에게 빌린 1조원을 갚는 데 쓸 만큼 큰 덩어리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아직 오너일가의 새재출연 등 이렇다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 일가가 두산솔루스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을 사재 출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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