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고체물질의 양자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양자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특수한 물리적 조건을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그래핀과 유사한 구조의 후보 물질들도 제시했다.
양자상태 측정 방법의 개발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정보의 손실(오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향후 고체 시스템 기반의 양자통신 및 양자컴퓨터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양범정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임준원 책임연구원, 김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함께 지금까지 측정이 불가능했던 고체의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양자거리'란 두 개의 양자 상태 사이의 양자 역학적인 거리를 정의하는 개념이다. 에너지, 스핀 등 입자의 양자역학적 상태가 서로 비슷할수록 거리는 가까워지고, 두 상태가 서로 다를수록 거리가 멀어진다고 표현된다. 두 파동함수가 완전히 같으면 0, 서로 직교할 때는 1이 된다.
지금까지는 고체에서 양자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평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에 자기장을 걸어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평평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와 '자기장'이 연구의 핵심이다.
평평한 에너지띠를 가진다는 말은 고체 속의 전자가 운동량의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한 에너지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고체는 전자의 에너지가 운동량에 따라 크게 변하는 복잡한 곡선 에너지띠를 갖는데, 특수한 구조의 고체에서는 특정 에너지띠가 운동량에 대해 변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된다. 뒤틀린 두층 그래핀(그래핀 두 층이 서로 각도가 다르게 겹쳐 있는 구조), 카고메 격자 물질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평평한 에너지띠와 곡선 에너지띠가 교차하는 물질에 자기장을 걸면 에너지 준위가 변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띠틈(밴드갭)으로 에너지 준위가 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나아가 이러한 에너지 준위 변화의 크기가 양자거리와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기장 하에서 에너지띠 측정이 실험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양자 거리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거리는 양자 정보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신뢰도(fidelity)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다. 신뢰도란 두 개의 양자 상태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측정하는 양으로, 양자 통신 과정에서 정보의 손실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정량화한 개념이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기본 단위인 ‘큐비트’의 양자중첩과 양자얽힘 등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계산을 수행하는데, 양자거리는 큐비트 사이의 결맞음을 기술하는 데 중요한 물리개념으로,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결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이론물리 측면에서는 "고체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관찰해 양자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으로 "전자 파동의 기하학적 구조와 관련한 새로운 고체 연구의 장을 열 것"이며 "나아가서는 양자정보 분야에 쓰일 새로운 재료를 찾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IBS와 한국연구재단, 미 육군 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6일 0시 네이처紙에 게재됐다.
◇논문명: Quantum distance and anomalous Landau levels of flat bands
◇저자: 임준원(제1저자, IBS/서울대), 김규(공동저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양범정(교신저자, IBS/서울대)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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