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한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나생명에 이어 악사손해보험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한 데다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하나 둘 한국을 떠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그룹은 한국 악사손보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삼정 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의 매각이 이뤄질 경우 예상 가격은 1천600억~2천4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한 수치다. 보통 매각 금액은 순자산에 PBR 0.7~1배를 적용한다.
악사손보는 주력사업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년만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원수보험료 기준 악사손보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보험 비중은 84.34%였다.
최근에는 '알짜' 생보사로 꼽히는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한국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했다는 내용이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198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텔레마케팅(TM) 채널 강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 4조7천억원대로 업계 20위권 수준의 중견 생보사지만 순익 기준으로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3위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지난 1분기 기준 311%로 업계 평균보다 30%포인트 가량을 상회한다.
악사손보와 라이나생명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AIA생명 등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도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푸르덴셜생명이 2조원이 넘는 가격에 KB금융그룹의 품에 안긴 바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과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RBC비율로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잇따른 매각설의 배경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 보험시장과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에는 초저금리 기조가 더해지면서 자산운용에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나서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각설이 사실이라면 악사손보가 자동차보험 위주이기에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해 제로성장이 예상되자 외국계 보험사들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악사손보가 시장에 나올 경우 그룹 내 손보사가 없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과 사모펀드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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