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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일해도 퇴직금?"…법안 추진에 '뿔난' 경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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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입법에 경영계 반발…"인사관리 부작용 초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한 달만 일해도 퇴직금을 주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돼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이수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이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된 내용으로,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도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3일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법상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퇴직급여 수급권을 부여함으로써 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총 관계자는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이라는 퇴직급여제도의 본질과 정면 배치되고 근로자의 잦은 이직 등 도덕적 해이와 결합돼 기업 인사관리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소·영세사업장 및 소상공인에 인건비 부담이 집중돼 오히려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기회 감소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경총에 따르면 법원 역시 퇴직금을 후불임금과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외에도 장기근속에 따른 공로보상이라는 성격을 함께 갖는다는 점을 여러 판례를 통해 정립시켰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1년 미만 근로자를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 자체를 평등권 침해로 볼 수 없고,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퇴직급여의 특성상 1년 미만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의무 지급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경총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도 퇴직급여는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공로보상을 위해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인력관리제도로 발전·정착돼 왔다"며 "사법적으로나 경영적 측면의 퇴직급여제도 본질에 비춰 볼 때 1년 미만 근로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총은 현행 퇴직급여 지급 수준은 해외에 비해서도 이미 과도한 수준으로, 이번 개정안에 따른 퇴직급여 지급대상 확대는 기업 경영에 더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법정 의무화하고 사용자가 이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도 1년 미만 근로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또 호주의 경우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법정 퇴직연금제도(Superannuation)를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달리 법정 공적연금제도가 부재해 이에 대한 대안적 제도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이 기대하는 생산성을 충족하기에 앞서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초기 단계인 1년 미만 근로기간에 대해서까지 장기근속에 따른 공로보상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 인사관리 관행과 신의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은 오히려 근로자의 잦은 이직 등 도덕적 해이와 결합돼 기업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는 경총에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년 이내 조기퇴사율이 27.7%로,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9.4%, 300인 미만 사업장이 32.5%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조기퇴직에 따른 인력 관리의 어려움이 구인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일로 기업마다 신입직원보다 경력직 채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신규진입을 더 어렵게 할 소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경총은 이번 일로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고용여력이 저하돼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개정안이 입법되면 연간 퇴직급여 수급자는 628만2천 명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추가 퇴직급여 부담액은 6조7천9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총 관계자는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대상 확대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신규채용 위축과 일자리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1년 미만 근로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대다수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 입법 시 중소·영세사업장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1년 미만 퇴직자(고용보험 상실자) 중 3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78.5%,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2.3%로, 퇴직급여 지급대상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소규모 사업장에 더 가중되는 구조다.

경총 관계자는 "1년 미만 근로기간에 대해서까지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은 퇴직급여제도의 본질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사 및 경영관리에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경영·고용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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