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소송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기업 간 소송전을 멈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양사는 크게 영업비밀, 특허 침해 관련해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고 10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내 특허 소송 첫 판결에서도 LG화학이 승리했다.
양사는 ITC 최종 판결 전 합의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합의금에서 입장 차를 보이며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양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TC 최종 판결이 10월5일로 예정돼 있지만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합의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4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며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렸다. ITC가 최종 결정도 SK이노베이션 패소로 내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예비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했다.
양사는 각각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의견 차가 크다. 업계 안팎에선 LG화학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LG화학은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기 때문에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부제소합의 위반 소송'에서 LG 손을 들어주면서 특허 소송에서도 승기를 잡은 만큼 여론전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으로 기술침해 정도, 기술침해를 통해 확보한 수익규모 등이 산정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트럼프 대통령 거부권도 염두해 두고 있다. ITC의 SK 패소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일자리와 미국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행사 가능성이 높진 않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납득할 수 있는 합의금 규모가 산정돼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다면 주주 입장에선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양사 총수간 담판 같은 극적 반전이 없는 한 화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소송은 법리 싸움이기도 하지만 배터리 시장 선점을 둔 자존심 싸움에 가깝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양사 모두 소송으로 소모전을 펼쳐야 한다는게 국내 배터리 경쟁력 관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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