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추가 제재의 불똥이 국내 기업으로 튀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매년 국내 기업이 화웨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매출은 반도체 업계 10조 원, 디스플레이 업계 3조 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수출을 못 하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오는 15일부터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발효되면서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어 사실상 모든 업체가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칩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디스플레이업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드라이브 IC는 미국 ARM의 기술이 적용된 칩이다.
이번 제재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이 화웨이에 공급해 온 반도체·센서 등 부품 규모를 2조8천억 엔(약 31조2천6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화웨이가 매년 사들이는 반도체는 25조 원 규모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반도체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큰 손'을 잃게 되는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는 각각 3.2%, 11.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각각 7조3천억 원, 3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나마 디스플레이의 경우 상황이 낫긴 하나,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패널 대부분을 자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공급받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에 이어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상당 부분 공급하고 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8%(약 2조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가 차기 폴더블폰에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할 계획인 만큼 실적 확대가 더욱 기대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화웨이에 패널을 납품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화웨이 비중은 1% 미만으로 2천4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에 화웨이에 대한 수출 특별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직 요청하지 않았지만, 향후 영향 등을 검토하며 신청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이 수출 신청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미국 수출규제 및 경제제재 관련 전문가인 법무법인 아놀드앤포터의 이수미 변호사는 최근 한국무역협회 세미나에서 "사실상 화웨이 관련 반도체 물품에는 라이선스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종 제재안이 나오면서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에 업계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타격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해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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