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노딜'(거래무산) 이후 출구전략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일단은 2천500억원 규모 보증금 반환소송에 돌입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마련한 1조7천억 규모의 대규모 실탄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이 불발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여정은 10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HDC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금이 늘어나자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아시아나 인수는 무산됐다. 양측은 계약금 반환 문제를 두고 법정 분쟁이 돌입할 전망이다. HDC현산은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 절차이행 통지에 대해 법적인 검토 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천77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계약금으로 2천500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양측의 소송전은 과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포기 등의 전례를 참고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송 모두 피인수인 측의 정보제공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된 만큼,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확보한 보유실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HDC현산은 유상증자 3천200억원, 사채 3천억원, 사모사채 1천700억원, 공사대금 유동화 3천700억원, 은행대출 5천700억원 등 1조7천억원 규모를 조달한 상태다.
특히 주주들 사이에서는 HDC현산의 추가적인 주주환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HDC현산은 올해 초 '아시아나 인수 대금 확보'를 제1 목적으로 3천2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주주들은 당시 유상증자로 지분가치가 희석된 만큼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회사 측에 쏟아내고 있다.
다만, HDC현산은 아직까지 주주환원 대책을 검토한 바 없으며 유상증자 취득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현산 관계자는 "당시 유상증자 공시를 통해서도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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