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제과업계의 '2조 클럽'이자 맞수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상반된 경영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리온이 '종합식품기업'으로 진화에 나서는 반면 롯데제과는 본업에 집중하며 이커머스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과업계의 영원한 맞수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서로 상반된 경영전략으로 국내외 제과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다양한 신제품이 연이어 시장에 안착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6월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주요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판매를 시작한 '제주용암수'가 한 달 만에 150만 병이 판매되며 시장에 안착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됐던 첫 RTD(Ready To Drink) 음료인 '닥터유 드링크'도 출시 3개월만에 홈트족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누적 150만 병 판매를 기록했다.
이 제품들은 오리온의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진화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제품들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 허인철 부회장의 취임 이후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허 부회장은 취임 직후 해외법인의 비용 관리를 '중앙 통제 체제'로 전환시켰고, 디저트·간편대용식·음료·건강기능식품 등을 '4대 신사업'으로 정하고 사업을 다각화했다.
오리온의 이 같은 전략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지난 상반기 매출 1조549억 원, 영업이익 1천83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6%, 43.5%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법인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었지만, 시장에 자리잡은 해외 법인이 힘을 보태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오리온의 맞수 롯데제과는 다소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효율을 중시한 경영전략으로 영업이익은 늘었다.
롯데제과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든 9천987억 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2% 증가한 43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효율 중시 경영전략의 성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그룹 차원에서의 '디지털 전환' 경영 기조에 따라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이커머스 조직을 팀에서 부문으로 승격시켰고, 영업·마케팅 부문을 더해 조직 기능을 강화했다.
롯데제과 이커머스 부문은 승격 이후 '흔한남매 한정판', '간식자판기' 등 이커머스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흔한남매 한정판은 11번가를 통해 출시된지 일주일만에 6천 세트 완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지난 6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업계 최초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도 1, 2차 구독자 모집 모두 일주일 이내 '완판'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롯데제과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본업에 충실한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이 같은 차이점은 해외 시장 공략 방식에서도 두드러진다. 오리온은 해외 시장에서 철저한 '중앙 통제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관리 등은 본사가 총괄하되 상품만큼은 현지 법인이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오리온은 이를 통해 단순히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제품을 수출해 파는 것을 넘어 현지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제품은 해외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쌀과자 '안'과 케이크 '쎄봉'이 대표적이다. 안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이후 8개월만에 누적 1천580만 봉지가 팔렸다. 쎄봉은 아침 대용식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며 누적 3천5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특히 안은 국내로 '역수입'이 계획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도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 역시 각 시장마다 문화를 반영한 파생 상품을 앞세워 판매되고 있다. 잼을 먹는 문화가 활발한 러시아에서는 라즈베리, 체리 등 과일 맛 제품을 내놓고,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마차 맛을 내놓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반면 롯데제과는 해외 현지의 제과 회사를 인수해 시장에 뛰어드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04년 인도 패리스 사를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벨기에의 초콜릿 제조사 길리안, 2011년 파키스탄 콜슨, 2013년 카자흐스탄 라하트, 2017년 인도 하브모어 등 기업을 연속으로 인수했다.
이는 오리온의 해외 시장 공략 방식에 비해 큰 초기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지에 이미 정착해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만큼 현지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보다 효율적이다. 이 같은 롯데제과의 전략은 10년 만에 해외 매출이 2배 이상 오르는 성과로 돌아왔다. 지난해 롯데제과의 해외 매출은 약 6천700억 원, 순이익은 49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롯데제과는 각 나라별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달라 해외 자회사의 운영에 난항을 겪었다. 인도,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현지 공장이 셧다운되는 일을 겪었고, 길리안 초콜릿은 면세점이 사실상 영업 중단 상황에 빠지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롯데제과는 지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50억 원 감소한 2천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15억 원 감소한 6억2천만 원에 그쳤다. 반면 오리온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주요 해외법인이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한국 법인의 어려움을 메꾸는 '효자'로 자리잡아 대조를 이뤘다.
업계는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경쟁이 추격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리온이 포트폴리오, 규모의 경제와 탄탄한 해외법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소간의 우위를 가지고 시장을 주도해 나가며, 롯데제과가 디지털화를 앞세워 추격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도달할 때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지난 상반기 다양한 신사업을 시장에 안착시켰고, 코로나19 상황에도 해외법인이 성장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제과는 해외 자회사가 다시 안정적 국면에 들어설 때까지 국내에서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