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가 진행한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교보생명만 참여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신한금융지주는 불참했고, 인수 여부를 두고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던 카카오페이 역시 참전하지 않았다.
이번 예비입찰 참여를 통해 교보생명은 13년 만에 악사손보 재인수에 나섰다. 악사손보의 전신은 교보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1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 사명을 교보자동차보험으로 변경하고 국내 최초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이후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교보자동차보험 지분을 매각했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사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손보사 라이선스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 손 쉽게 디지털 보험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인수전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악사손보의 포트폴리오가 자동차보험에 편중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매각 가격도 예상보다 높기 때문이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거둬들인 총 보험료 가운데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84.3%를 차지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8%로 적정손해율(78~80%)를 크게 웃돌면서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예상 매각 가격도 높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악사손보 매각가는 2천억원 수준이다. 과거 교보생명이 교보자동차보험을 매각할 당시 금액은 1천억원 가량이었다. 악사그룹 측은 2천억원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주식 풋옵션 행사가격을 두고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간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FI는 현재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 절차를 진행한 상태며, 신 회장측과 풋옵션 가격 격차는 8천억원에 달한다.
예비입찰 자체도 '논 바인딩' 방식으로 이뤄졌다. 논 바인딩 방식의 경우 인수 이후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매수 의사가 없더라도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한 차원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많은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목적이겠지만 여러 사정 상 최종까지 완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 매각했던 회사를 재인수한다는 것부터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는 격이 되는 것이기에 악사손보 인수로 얻을 실리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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