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텔과 AMD가 중국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미국 정부로부터 받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종합 반도체 업체 인텔과 최근 미국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 엔디비아에 인수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업체 AMD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 공급 허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 제재를 시작한 후 수출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AMD는 이번에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북용 프로세서 공급 수출이 허가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텔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포레스트 노로드 AMD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적대 리스트에 오른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며 "AMD 사업에 화웨이 제재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 역시 "여전히 화웨이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부터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와 대만 반도체 업체 TSMC, 매크로닉스 등이 이에 따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국내 업계에선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로 연간 10조 원의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3.2%(7조3천억 원), SK하이닉스에서 11.4%(3조 원) 정도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수출 허가 소식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계도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이 국내 기업에 어떤 답변을 전했을 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개별로 미국 정부에 요청한 상태로, 고객과의 신뢰 관계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세세하게 밝히긴 어려울 것"이라며 "AMD, 인텔 등 경쟁사들이 승인을 받은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이들이 PC를 중심으로 하는 업체들이어서 이와 관련된 제품별로 일단 승인을 받은 듯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중국이 최근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블랙리스트)'과 관련한 규정을 공개했다. 업계에선 애플과 시스코, 퀄컴, 보잉,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중국판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 AMD와 인텔의 반도체는 주로 노트북 제조용이어서 미국이 직접 겨냥하고 있는 화웨이의 휴대폰 사업이 받을 타격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며 "이번 일이 경쟁력이 높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산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가 화웨이 규제를 선언했지만 초반부터 미국 업체들이 속속 이탈하면서 대열이 흔들리고 있다"며 "양국 눈치를 보며 중국 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차질을 겪던 한국 업체들도 판로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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