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고객 니즈가 커 최신의 소프트웨어와 장비들이 들어와 있다. 그러다보나 한국은 항상 이 시장을 선도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 속에서 에릭슨엘지도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정부의 첫 5G 품질측정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호칸 셀벨 에릭슨엘지 CEO는 지난 25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고객사인 이통사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인정받는 장비 업체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호칸 셀벨 CEO는 1990년 에릭슨에 입사한 뒤 다양한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 왔다.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입지를 다졌다. 2003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홍콩을 거쳐 동북아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역임했다. 대만을 거쳐 지난해 4월 한국 지사에 합류, 이 곳 사업을 총괄며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함께 했다.
하지만 국내 5G 경쟁은 처음에는 순탄치는 않았다. 에릭슨엘지는 경쟁사 대비 상용화 시점보다 뒤늦게 한국 시장 장비 공급이 진행됐다. 셀벨 CEO 역시 '전달' 관점에서 늦었음을 인정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에릭슨엘지 장비 성능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품질 평가를 통해 정반대의 성과를 입증하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도 상반기 5G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 에릭슨엘지 장비를 배치된 이통3사의 경남 지역, 대표적으로 부산과 대구 울산 등 5G 네트워크 품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셀벨 CEO는 "5G 개발 시작부터 연구개발(R&D)에 집중했고, 5G 론칭때도 시기적인 면보다는 준비 상태가 완벽한지를 계속해서 따졌다"며, "높은 5G 퍼포먼스를 통해 에릭슨의 비전과 철학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경쟁이 시작되면 피하기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며, "과거 이 시장에서 군림하던 장비업체들이 도태되면서 기존 강자인 노키아뿐만 아니라 화웨이 ZTE, 삼성전자 등 새로운 경쟁사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기에 우리도 이를 동력으로 항상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5G 분야에서는 품질뿐만 아니라 끊김없는 네트워크 환경을 위한 전력효율 확보가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5G의 경우 이전의 LTE 대비 대략 2배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나의 기지국에 하나의 장비가 배치되는 LTE와 달리 5G의 경우 하나의 기지국에 장치가 2~3개 가량 배치되고, 주파수 특성상 신호 강도도 올려야 해 네트워크 구조상 전력 소모량을 낮추기가 어렵다.
셀벨 CEO는 큰 그림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전력소모량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없다면 다른 측면에서 이를 만회해야 한다는 것.
가령 올해 사업장 내부 탄소배출량을 35% 감축시키는데 성공했다. 개발과 제조 측면에서 전력소비도 35% 줄였다. 전세계적으로 1.5도의 온도를 낮추고 탄소배출량을 50% 줄이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5G가 전력을 많이 쓴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소비된 전력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이 있다"며, "일례로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협력회의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면 그만큼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일이겠으나 ICT 기술을 통해 영상회의로 진행한다면 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가 추진 중인 농어촌 5G 로밍 사업도 훌륭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통 3사가 각각 장비를 구축하는 것보다 커버리지 확보 및 전력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것. 다만, 공유 정책에 있어 보안과 안정성,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셀벨 CEO는 "이 통3사와 함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테스트 중에 있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미 지원하고자 하는 솔루션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통 3사가 장비를 공유하면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셀벨 CEO는 오히려 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반색했다.
그는 "고객에게 좋은 게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네트워크로 비용을 줄이면 또 다른 제품을 선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돼 당장 수익이 줄어든다고 해서 마다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네트워크 공유는 5G로 넘어오면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통통신 네트워크 표준을 정립하는 국제전기연합(ITU), 3GPP와 함께 최근 오-랜연합(O-RAN Alliance)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 단체는 무선접속 네트워크와 관련해 지능화 및 개방성을 핵심 원칙으로 가상화된 네트워크 요소와 화이트 박스 하드웨어 및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선환경에서 개방된 인터페이스 표준을 구축해 기잔 장비 종속성에서 벗어나 어느 장비사의 제품이든 호환이 가능하게끔 해준다.
셀벨 CEO는 "에릭슨 역시 오-랜 연합에 참여, 여러 통신사업자들이 개방된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최종 결과물이나 목표는 결국 엔드유저인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안정성과 보안, 신뢰도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에릭슨엘지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생태계를 확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28GHz 주파수 상용화를 위한 준비 역시 끝마친 상태로 현재 이통사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단말 측면에서 준비가 늦어지고, 적합한 사용사례를 찾아내는 게 시급한 숙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와의 상생 역시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다. 수백여개의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 중에 있다는 것.
셀벨 CEO는 "국내 사업의 경우 시스템개발, 인티그레이션, 필드서비스 등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며, "글로벌사업의 경우 칩셋, 안테나, 광모듈 등 에릭슨 제품개발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들을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소기업들에서 공급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네트워크 기술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R&D센터도 운영중이다.
그는 "한국의 R&D센터에는 5G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만 500명 정도 투입돼 있고, 그 결과만 보더라도 우수성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셀벨 CEO는 "UN지속개발목표를 가능케하는데 ICT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소신이 있다"며, "한국 정부 역시 ICT와 5G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강력한 드라이브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고객들의 니즈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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