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작업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공룡' 탄생이 예고됐지만, 불발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두고 영국과 중국 등 규제 당국이 이를 불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달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5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영국,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거래를 완료하는 데까지 최소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정치인과 업계 전문가는 물론 주주들이 국가 안보와 국내 기술 유출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번 인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ARM 창립자 중 한 명인 헤르만 하우저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다른 회사에 칩 디자인을 라이선싱하는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며, 모든 결정은 더 이상 캠브리즈가 아닌 미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톰 투겐타드 의원은 "ARM 매각은 주권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또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상업장관은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긴급히 조사하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유출 문제 등도 제기된다. 앞서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영국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ARM 매각을 반대한 바 있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RM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하겠다"며 독점 사용 의혹을 일축했다. 또 엔비디아는 영국 캠브리지에 ARM 본사를 유지하고, AI 센터를 만들어 헬스케어, 생명과학, 자율주행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영국 정부는 인수와 관련해 면밀한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 본사 유지와 고용 보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가능성도 높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 될 전망이다. 최근 니광난 중국 공정원 원사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와 관련해 "틀림없이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일"이라며 "상무부가 인수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거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승인을 거부해 딜이 불발된 전례가 있다. 이로 인해 퀄컴은 NXP에 위약금 20억 달러를 지급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중국이 승인을 허가해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시각도 있다. ARM이 엔비디아에 넘어갈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승인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면서 "반대로 중국이 이를 무기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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